'경기둘레길을 아시나요'...바람과 낙엽 소리 들으며 추억 만들어봐요

2022-11-23 00:00
경기둘레길, 경기도를 하나로 잇는 860㎞ 길이의 산책길...'인기몰이'
평화누리길·숲길·물길·갯길 등 4개 권역으로 구성...지난해 11월 완성

원평나루 억새 갈대밭 전경 [사진=경기도]

경기도 둘레길이 요즘 도민들로부터 인기몰이 중이다. 만추의 단풍과 함께 낙엽 밟는 소리가 둘레길 여기저기서 들린다. 바람을 따라 또 숲의 소리와 향기가 가득한 경기 둘레길을 소개한다.
 
도 외곽 860㎞를 연결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곳곳에 자리한 생태·문화·역사를 도보로 체험할 수 있는 ‘경기 둘레길’이 지난해 11월 총 860㎞, 60개 코스 전 구간 개통했다.
 
도에 따르면 경기 둘레길이란 15개 시·군의 중간중간 끊겼던 숲길, 마을안길, 하천길, 제방길 등 기존 길을 연결해 경기도를 순환하는 도보 여행길로 2018년 11월 기본계획 수립 이후 3년여 만에 완성됐다.

경기 둘레길은 △평화누리길(김포~연천 186㎞) △숲길(연천~양평 245㎞) △물길(여주~안성 167㎞) △갯길(평택~부천 262㎞) 등 4개 권역으로 구성됐다.
 
경기 둘레길 누리집에 김포 1코스(13.6㎞, 4시간 5분, 매우 쉬움) 등 총 60개 코스에 대한 거리, 소요 시간, 난이도 설명이 정리됐다. 국유임도 10개 구간을 제외하고 별도 사전 예약 없이 여행객 누구나 자신에 알맞은 코스를 선택해 걸으면 된다.
 
도는 경기 둘레길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 모든 코스가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인 만큼 가벼운 짐, 편한 신발 착용 등을 당부했다. 둘레길 진행 방향은 중간중간 리본, 화살표, 안내판 등으로 확인하면 된다.
 
둘레길 스탬프(도장)를 모으는 인원은 코스 시작점과 종점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코스별 상세 정보나 기타 둘레길 이용에 관한 내용은 경기 둘레길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둘레길 개통 이후 약 6개월 만에 860㎞ 전 구간을 완주한 이용자가 200명을 돌파하는 등 이용자들의 관심을 서서히 끌고 있다.
 
경기도 둘레길 4개 권역 중 갈대가 아름다운 평화누리길, 단풍과 낙엽을 즐길 수 있는 경기 숲길을 중심으로 깊어가는 가을 가볼 만한 경기 둘레길 몇 곳을 추천해 본다. 
경기숲길 양평 26코스는 ‘백미’...숲길의 추억 ‘만끽’
 

양평 산음자연휴양림 모습 [사진=경기도]

‘경기둘레길 양평 26코스’의 주제는 ‘그윽한 숲길에서 보내는 한나절’. 정말 이 구절처럼 숲길을 한나절 걷고 나면, 그윽한 숲길을 추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산음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바로 산음임도로 들어선다. 길은 풍경처럼 이어진다. 신록의 계절 6월에는 연초록 그늘이 그려진다. 숲 그늘이 좋다. 임도는 활처럼 휜 형태로 계속된다. 한 굽이 돌아가면 다른 한 굽이다.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어떤 풍광이 기다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길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경기둘레길’ 안내표시가 이정표처럼 간간이 보인다. 이윽고, 너와지붕 정자가 나타난다. 경기둘레길 휴식처로 만들어 놓은 곳 같다. 잠시 쉬었다 갈 것을 추천한다.
 
‘산음임도’는 5㎞ 남짓 이어진다. 산음임도를 빠져나오면 비솔고개다. 고개에서 바로 단월산 임도(단월임도)가 시작된다. 단월임도가 시작되는 곳에 간이화장실이 있다. 특히 산길이 이어지는 구간이기에 다른 곳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귀띔한다.
 
길은 여전히 편하고 부드럽다. 이런 길은 느긋하고 여유롭게 걸어야 한다. 산음임도와 단월임도는 양평 용문산에서 북쪽을 향하여 경사진 면이기에 제법 운치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경기물길 여주 32코스...산림욕과 온천욕까지 ‘힐링’

‘경기둘레길 경기물길 여주 32코스’ 스탬프함(장수폭포 입구)과 여주 금마교 모습 [사진=경기도]

‘여주 32코스’의 주제는 ‘삼림욕 마치고 온천욕까지’이다. 눈앞에 산과 산 사이에 놓인 보행교가 보인다. 마감산과 보금산을 잇는 보행교(‘금마교’)는 도로 위에 걸려있다. 주황색의 금마교 아래서 인증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지루했던 오르막 찻길이 끝나면, 산길로 접어든다. 통나무를 이용해 쌓은 계단을 오른다. 초록이 시작되는 산자락은 마치 꿈길처럼 아련하게 보인다. 마감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니 등산용 지팡이를 준비하면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마감산’은 여주시 강천면 걸은리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388m이다. 보금산(365m)의 남쪽 봉우리로 ‘말감산’이라고도 한다. ‘말’은 머리 ‘두’(頭)와 ‘수’(首)자에서 유래되었고, ‘감’은 큰 ‘대’(大)자에서 유래했다. 제일 큰 산이라는 뜻으로 근방에서 가장 높다.
 
‘여주군지’에서 유래를 살펴보면, 북벌의 공을 세웠던 이완 장군(조선 중기의 무신)이 영월루에서 말을 풀어놓았더니 말이 이 산으로 갔고, 그때부터 이 산을 ‘마감산’이라고 했다고 한다.
 
마감산 등산로로 300m 정도 비탈길을 오르면 마감산 꼭대기 전망대다. 출발지에서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마감산 표지석 앞은 인증사진 촬영장소로 추천한다.
 
‘마귀할범 바위’를 지나고, 바위 사이로 철계단이 이어진다. 철계단 아래에서 바라보는 여주의 풍경은 평화롭게 보인다. 긴 숲길이 이어지고, ‘태극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태극바위는 마감산 등산로에서 약 3㎞ 정도 올라가면 왼쪽에 있다. 성주봉 팻말을 지나 ‘행치고개’를 지난다. 행치고개는 조선시대 단종이 유배길에 지났던 곳으로, 여주와 원주를 넘나들었던 고개라고 한다.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공존하는 능선 길. 뚜갈봉을 지나 좁은 숲길을 지나면 ‘삿갓봉 온천’ 간판이 보인다. 가슴 활짝 열고 심호흡으로 피톤치드를 받아들이자.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숲속 벤치에서 한참 동안 게으름을 부려도 좋다. 이곳에서 곧장 내려가면 ‘여주온천’(삿갓봉 온천)이다. 
경기물길 안성 41코스...마둔호수에서 바람을 친구삼아 ‘휴식’

41코스의 ‘마둔호수’ 산책로와 석남사 대웅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8호) 모습 [사진=경기도]


나지막한 쑥고개를 넘어가면 ‘마둔호수’(안성시 금광면 장죽리)다. 마둔호수는 ‘석남사’ 가는 길에 있는 호수로, 경관이 좋은 낚시터가 있다. 낙조가 질 때 그 풍경이 압권이라고 한다. 교통편이 좋은 곳은 아니지만, 잠시 지나는 길에 잠시 쉬었다 가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길은 이어진다. 찻길을 지나다 평택제천고속도로 고가가 눈에 보일 때쯤, 전봇대와 나뭇가지에 걸린 ‘경기둘레길’ 안내 리본이 반갑게 맞는다. 마둔호수 산책로를 계속 걷다 보면, 상중리상촌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정류장 옆에 화장실 시설이 있으니 둘레길 산책에 앞서 이용할 것을 귀띔한다.
 
길은 계속된다. 찻길을 한참 걷다 보면 전봇대에 ‘도깨비 석남사’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지나고 ‘서운산자연휴양림’을 통과하여 산 밑에 다다르면 ‘석남사’다.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한 곳으로, 드라마 속에서 배우 공유가 풍등을 날린 곳이다.
 
신라 문무왕 시절 창건된 석남사는 소박하고 정갈한 절이다. 이곳을 지나면 서운산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이 한창인 숲길을 따라 코스 안내 리본이 이어진다. 석남사에서 1m, 1.6㎞, 1.8㎞ 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다. 서운산 정상에 오르면 잠시 산 아래 풍경을 즐겨보자. ‘서운산성’(경기도 기념물 제81호) 안내문을 챙겨볼 것을 권한다. 
경기갯길 화성 48코스...어촌마을 따라 ‘파노라마’ 펼쳐져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마을 갯벌에 ‘감투섬’이 우뚝 솟아 있다. [사진=경기도]

경기둘레길 화성 48코스에 담긴 주제는 ‘서해안 갯벌을 따라 어촌마을 순례하기’이다. 경기둘레길 화성 48코스 시작 지점의 ‘스탬프 함’은 수산물직판장 앞에 있다.
 
길을 나서 도로 오른편으로 향하면, 화장실과 세족장을 지나 갯벌체험장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갯벌 위에 세워진 데크 다리가 궁평낙조길이다. 다리 아래로 물 빠진 갯벌이 눈에 들어온다.
 
왁자지껄한 궁평항을 나서면 바로 궁평 해변이다. 해변에는 100년이 넘게 자란 ‘곰솔’(해송:海松)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해송 숲을 벗어나니 철책이 길게 이어진 순찰로가 나온다.
 
초병 순찰로를 따라 백미리 마을로 향한다. 순찰로 옆 둘레길 가운데 정자 쉼터를 지나면 내리막 데크 계단이 나온다. 그 아래에 통문이 하나 있는데, ‘감투섬’으로 갈 수 있다. 생긴 모양이 감투를 닮았다. 감투섬에 들어가려면, 썰물 때에 맞춰 와야 한다. 물이 빠진 썰물 때에만 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어 백사포 삼거리에서 제부도 쪽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제부도 입구까지 해안 철책 길을 따라가고, 제부도 입구에서 전곡항까지는 산업단지 옆 해안 길을 따라가면 된다. 포장도로와 흙길을 번갈아 걷다 보면 전원이 아름다운 곳이 눈에 들어온다. 매화리 염전을 지나 너른 갯벌로 유명한 송교리 살곶이 마을이 그곳이다.
 
살곶이 마을에 서면, 갯벌 건너로 ‘제부도’와 ‘전곡항’이 눈에 들어온다. 서해의 진주로 불리는 제부도 앞을 지나 정갈하게 정비된 ‘전곡 공원’으로 향한다. 갯벌 너머 이국적인 풍경의 전곡항이 보인다. 탄도항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 보면 경기둘레길 48코스 종착지 ‘스탬프 함’이 있다. 
경기물길 이천 37코스...청미천 갈대가 ‘손짓’

경기둘레길 37코스의 추천명소인 여주 ‘원부저수지’.전경 사진=경기도]

경기둘레길 이천 37코스는 여주에서 이천으로 가는 구간이다.
 
이 코스는 경기도 외곽에 있기에 교통편이 편하지 않을 수 있다. 수도권 전철 경강선 여주역에서 내려 현수1리 버스정류장으로 가거나 KTX이음 중부내륙선 감곡장호원역에서 하차해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두 경로 모두 929-1, 929-2, 929-3 버스로 갈 수 있다.
 
버스에서 현수1리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경기둘레길 37코스 시작점을 알리는 표식 알림판이 보인다. 발길을 옮겨보자. 곧바로 오른쪽으로 탁 트인 청미천이 보인다.
 
물가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끝까지 청미천 물길을 따라간다. 단조로울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굽이지며 흐르는 물길이 풍광을 바꿔주고, 소실점 맺히는 구간에도 달리 피는 꽃들이 있다. 나그네 발소리에 놀란 백로가 깃을 치며 날아오른다.
 
청미천은 갈대밭으로 이어져 있는데, 갈대밭 쪽으로 내려가서 걸을 수 있는 길도 있다. 특히 청미천 갈대밭은 지역의 명물이라고 한다.
 
벼락바위와 오백년 버드나무를 지나면, 개천 사이로 돌담길이 나온다. 자전거용 레일과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크기의 작은 돌이 이어진 돌담길이다. 코스의 3분의 2 지점이다. 이 길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장호원읍이 나온다. 길을 넘어서면 음식점, 성당 등을 볼 수 있는 이천 도심과 가까워진다.
이윽고, 이천 장호원 장터에 들어서면 시장통을 지나 종착지인 장호원 버스터미널이 나온다. 도로 끝에 완주 스탬프함이 있다.
경기갯길 평택 44코스...저녁 노을이 ‘일품’

내리문화공원 핑크뮬리 군락지 모습 [사진=경기도]

평택역 2번 출구로 나와 400m쯤 직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서 300m쯤 걷는다. 이어 오른쪽으로 발길을 옮겨 200m쯤 직진해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시작 지점인 ‘44코스 파란색 인증 스탬프 함’이 보인다. 이제 슬슬 경기둘레길 평택 44코스를 걸어보자.
 
안성천 군문교를 건넌다. 안성천 둔치와 습지에는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이 동요 ‘노을’ 노랫말이 탄생한 현장이다. 안성천 건너 들판에 곱게 내리는 노을을 보고 썼다고 한다.
 
들판을 건너 팽성읍내로 들어선다. 읍내 로데오거리를 지나면 작은 토성 ‘농성’이 있다. 비밀 가득한 농성을 떠나 다시 안성천을 만나면 내리문화공원이다.
 
올 10월 현재, 핑크뮬리 물결이 한창이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인증사진을 찍고 갈 것을 권한다. 제법 괜찮은 사진을 얻어갈 수 있다.
 
내리문화공원부터는 안성천을 동무 삼아 자전거 길을 걷는다. 시원스레 뻗은 자전거 길을 10㎞ 걸으면 평택국제대교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