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긴축적 통화기조가 여전히 한은의 우선과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향후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해 물가안정기조를 공고히 하고 물가 수준을 낮추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밝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팬데믹 이후 한국경제의 도전과제'를 주제로 열린 '2022년도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통해 "만약 작년에 이 주제를 접했다면 저출산·고령화나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 등 우리 경제의 장기이슈를 떠올렸겠지만 제가 총재로 취임한 지난 4월을 전후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빠르게 악화됐고 이에 현재는 고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팬데믹 이후 국내 물가상승 국면과 한은 전망 간 괴리가 있었던 원인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예상보다 가파른 미국의 긴축속도를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는 전체 수입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에 있어 수입 의존도가 높다"면서 "실제 올해 1월 3.6% 수준이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7월 6%대로 상승한 것의 절반 정도는 에너지가격 급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원유와 가스가격은 정치적 사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예측이 어렵다"면서 "또 미국의 통화긴축과 달러강세를 예상하긴 하였으나 9월 FOMC에서 제시된 연준 정책금리의 점도표상 경로는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고 일본과 중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원화의 달러화 대비 평가절하폭을 확대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해 물가안정기조를 공고히 하고 물가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은의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금융안정 유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은행 예금금리가 급등해 비은행부문에서 은행부문으로 자금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는데 이러한 자금 흐름을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은이 당면한 또 다른 정책이슈"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는 국제금융과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글로벌 경제성장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 총재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요국들의 공조와 협력적 경쟁관계 증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총재의 시각이다. 그는 "분절화로 인한 무역과 글로벌 성장의 약화는 모든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 경제는 지난 20년간 중국과의 무역확대로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여유는 없는 만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 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