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한남 2구역 재개발 수주전, 진정한 승자는 없다

2022-11-10 06:00

한남 2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이미지=용산구 제공]

올해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 2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이 대우건설에 돌아갔다.

지난 5일 한남 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서 진행한 임시총회는 주말임에도 관련 업계와 언론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단독 수의계약이나 유찰이 많아진 상황에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수주전은 뜨거운 관심을 받을 만했다.
 
한남 2구역은 한남뉴타운 1·2·3·4·5구역 가운데 3구역 다음으로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구역이다. 흔히 말하는 ‘한강 뷰’는 아니지만, 교통·교육 여건이 우수한 역세권의 ‘노른자 땅’이라는 점에서 큰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남 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총 1537가구(일반 분양 391가구·임대 238가구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만 해도 7908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쩐의 전쟁’에서부터 시작됐다. 막대한 수주금액과 양사 간의 자존심 싸움이 더해지면서 수주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파격적인 입주비 지원, 하이엔드를 기반으로 한 최고급 디자인 등 우수한 입찰 조건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양사가 시공사 선정 막판에 흑색비방전으로 돌변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1차 합동 설명회에서 양사 간 충돌을 시작으로, 롯데건설이 지난 2일 저녁 퇴근 무렵에 한남 2구역 부재자 투표장 무단 침입 의혹을 제기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곧바로 대우건설이 반박자료를 내며 맞섰다. 양사는 이후로도 수차례 서로 보도자료를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롯데건설 측은 대우건설 직원들을 입찰방해죄·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일도 일어났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준 금리 인상 영향이 컸지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때와 비교하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발(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우발채무 위험 확산까지 불어닥쳤다.
 
각종 악재들로 건설업계의 체감경기는 9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보다 5.7포인트(p) 하락한 55.4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2월(54.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분기 전국 건축 인·허가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인·허가 면적은 9.5%, 착공은 10.6%, 준공은 1.2% 감소하며 국내 건설경기도 위축됐다.
 
수년 전 중소기업 분야를 담당할 때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인간적(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을 10년가량 일관되게 주장한 학자로 유명하다.
 
인간적 기업가정신은 우리가 말하는 동업자 정신에서 ‘사람’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최종 목표는 이익극대화가 아닌 직원과 고객 및 생태계의 행복 추구에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통해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지 말고 서로 상생과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자는 취지였다.
 
대우건설은 한남 2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로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4조6289억원을 기록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해 수주액인 3조8992억원을 훨씬 넘어선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을 통해 건설업계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누가 먼저 비방전을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업종을 불문하고 업계 전반의 위기는 기업 혼자 극복할 순 없다. 건설업계가 어려운 만큼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남 2구역 재개발 사업의 진정한 승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