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개인이 잘못" vs "정부 책임"…대학가 책임공방 가열

2022-11-03 16:00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이후 대학가에서는 책임 공방에 불이 붙었다. 피해자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은 같았지만 가장 큰 책임이 정부에 있는지, 행사에 참가한 개인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3일 본지 취재진과 만난 대학원생 제모씨(26)는 "기사를 보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경찰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에 모였던 사람 중에 선동해서 '밀자'고 한 사람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사람들을 고의로 밀어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태원 갔던 지인들이 올린 영상이나 기사 등등을 종합해서 보면 서로 밀다가 (참사를) 당한 거 같다"며 이 남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대학생 권모씨(23)는 "과거 영국에서도 축구장 압사 사고가 있었는데 이런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발생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사람이 몰릴 거라는 예측이 가능했다"면서 "사고는 안타깝지만 (참가자들이) 좀 더 주의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책임을 가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누리꾼은 "증거 없는 마녀사냥은 지양해야 한다.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은 악의 고리다"라며 지금은 사고 원인 파악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밀었던 사람을 찾아내도 의도를 알 수는 없다"며 "애도 기간에는 객관적인 사실을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행정 책임을 묻는 일"이라며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움직임을 경계했다.

지난달 29일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지금까지 343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156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