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밝았던 내 친구. 하늘에서 근심 걱정 없이 편히 쉬길 바래. 내 친구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저만 탈출한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쓰라려요. 하늘에서는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그곳에서는 꼭 행복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곁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길 바랍니다"

1일 오전 7시께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방명록에는 간밤에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의 짙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3일째인 1일, 3일장 절차에 따라 발인이 진행되는 날이지만 시민들의 슬픔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의 슬픔도 더욱 진해져 있었다. 전날 오전 지하철 출구 벽을 따라 나란히 누워있던 하얀 국화는 사방으로 번졌다. 국화꽃과 술잔은 더 이상 놓을 곳이 없을 정도로 인도를 가득 메웠다. 전날 저녁 퇴근 후 추모를 위해 찾아온 이들이 남기고 간 슬픔의 흔적이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편한 곳에서 쉬시길 바랍니다’ 라고 적힌 투명 플라스틱을 양초가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출구 난간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부디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함부로 폄하하지 말아 달라”, “그저 친구들과 좋은 추억 쌓고 싶었을 아이들을 욕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죄책감에 도저히 잘 수 없어서 왔어요.”
 
하얀 국화꽃이 인도를 가득 메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만난 허모씨(23)가 한 말이다. 참사현장 근처 클럽 내 영업직원(MD)으로 근무한다는 허씨는 “핼러윈 축제를 저희 가게에서 즐기라고 사람들한테 홍보했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몰린 계기가 됐다”며 울먹였다. 이어 "참사 당일 클럽 내부에서는 밖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술을 마시며 놀고 있었다"라며 "아침이 되어서야 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자책했다. 새벽 4시부터 나와 있었다던 허씨는 7시 27분께도 1번 출구 앞에 묵묵히 서 있었다.

  평소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집을 나서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박유남씨(61·여)는 ”그냥 와서 꽃이라도 한 송이 놓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박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이를 둔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애통한 마음을 표했다. 울음을 애써 참던 그는 조문 방명록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천국에 있기를 소망한다"라고 적었다. 
 
양천구에서 온 손모방씨(74)의 손에는 눈물에 젖어 동그랗게 뭉쳐진 휴지가 있었다. 손씨는 "젊은 청년들이 가서 안타까워서...잠도 안 오고 너무 슬프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박모씨(83)에게 거동의 불편은 애도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지팡이를 손에 쥔 채 한 걸음씩 힘겹게 분향소를 향했다. 박씨는 "이태원 현장에도 가 봤다"며 "하늘나라 가서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대 자녀를 둔 김모씨(44)는 ”아이가 핼러윈을 궁금해 해 데리고 올 수도 있었다“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사망자들은 평온하기를, 가족들이 빨리 이겨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10여 m 떨어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도 슬픈 얼굴들로 둘러싸였다.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함께 온 일행의 등을 어루만지며 서로의 슬픔을 달랬다. 인파와 가장 가까운 곳에 활짝 웃고 있는 한 외국인의 사진이 놓여있었고 그 앞에서 외국인들이 묵념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을 앉아있는 이들도 있었다 
 
인근 녹사평역 광장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몇몇 시민들은 조문을 기다리며 눈물을 훔쳤다. 10분가량 헌화를 기다리는 동안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조문객 사이사이 무거운 침묵도 줄을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