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요 파괴 조짐에 연준 '속도조절론' 확산
2022-10-26 17:45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에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릴 가능성은 47.6%로 집계됐다. 한 주 전인 22%에 비해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연준이 금리인상 폭을 줄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배경에는 미국 집값이 하락하는 등 소비 둔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8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20개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3% 떨어졌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 하락 폭으로,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연초 3% 수준에 불과했던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돌파하면서 미국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기업들의 실적 역시 수요 둔화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컴퓨팅과 스마트폰 등을 넘어 전 분야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TI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1%까지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달러 강세, 수요 침체, 광고 수익 감소로 5년 만에 가장 낮은 분기별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가전제품 기업 월풀은 고물가로 인해 수요가 감소했다고 진단했고, 장난감 업체 하스브로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고 봤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이라고 언급하며 비관론에 힘을 보탰다.
프랑크 프티가스 모건스탠리 국제운영본부장은 “2023년이 다소 위험해 보인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이 연착륙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