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페이 '뱅크런' 있었나…데이터센터 화재때 이용자 35% 늘었다

2022-10-19 15:15
카뱅, 16일 이용자 354만명...전주 대비 22.4%↑
페이, 27만~31만명 수준서 35만~42만명으로 늘어
불안함 느낀 고객들 대거 앱 접속한 결과로 추정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 [사진=연합뉴스]

#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카카오페이 머니’로 충전된 돈을 다른 은행 계좌로 이체했다. 지난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후 카카오톡에 표시된 카카오페이 머니 잔액과 실제 카카오페이 머니에 충전된 금액이 다르게 표시되는 현상이 있어 불안한 마음에 자금을 빼둔 것이다. A씨는 “결과적으로 금액 자체에 이상은 없었지만 친구들 모임을 위한 회비라서 다른 계좌에 임시로 넣어놨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SK판교캠퍼스 내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서비스가 일부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자금을 다른 계좌로 옮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화재 당시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감소한 반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일일 이용자 수는 최대 30% 이상 늘었는데 데이터센터 화재로 불안함을 느낀 고객들이 자금을 이동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이 앱에 접속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인 15일 카카오뱅크 일일 이용자 수(DAU)는 353만명, 16일에는 354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각각 13.5%, 22.4%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뱅크보다 서비스 지연이 길었던 카카오페이는 8~9일 각각 31만명, 27만명이 이용했으나 15~16일 일일 이용자 수 42만명, 35만명을 기록해 최대 35% 증가했다. 평일 대비 주말에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금융 앱 특성상 이례적인 결과다.

 

카카오페이 결제 안내 [사진=카카오페이]


화재 발생 후 첫 평일이었던 17일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카카오뱅크 일일 이용자 수는 380만~390만명 수준이었으나 17일에는 432만명이 이용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 이용자 수는 30만명대에서 44만명대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건 데이터센터 화재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자금을 이동시키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이 앱에 접속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트위터, 블라인드 같은 SNS에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에 넣어둔 자금을 다른 계좌로 옮겼다거나 앱을 삭제했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이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고객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시스템과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없으며, 안심하고 믿고 이용해도 된다”며 “고객 자산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전국에 여러 개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고, 재난 상황을 대비해 정기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는 “데이터 유실이나 손실은 전혀 없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15일 오후 데이터센터 화재로 일부 서비스가 중단을 겪었다. 카카오뱅크는 17일 정오에, 카카오페이는 18일 오후 8시에 모든 서비스를 정상화했다. 두 회사는 고객센터를 통해 이번 서비스 중단에 따른 피해 사례 신고를 받고 있으며 보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