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찌꺼기 처리에만 5억…재활용 막는 환경부 규제에 골머리"

2022-10-17 11:11
중소기업 옴부즈만, 제주 지역 기업 '일해' 현장 방문
감귤박으로 포장지 활용 가능한데…'인정 절차' 애로

감귤 착즙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귤박(감귤찌꺼기) [사진=일해 ]



“감귤박 처리에 드는 비용은 중소기업 경영에 큰 부담입니다.”
 
지난 14일 제주 조천읍에 위치한 ‘일해’ 공장에서 만난 김영훈 대표는 감귤박 저장시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일해는 제주에서 22년째 감귤주스 농축액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 감귤을 착즙하고 남은 껍질과 부산물인 ‘감귤박(감귤찌꺼기)’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감귤 원물 가공 시 약 60%의 착즙액을 얻을 수 있으며, 나머지 약 40%는 감귤박이 된다. 당사는 매년 2톤(t) 이상의 감귤을 가공해 8000t 이상의 감귤박을 처리한다”며 “처리 비용은 1t당 5만~6만원으로 연간 4억~5억원가량이 소요된다. 이는 제조원가의 10%를 차지한다”고 토로했다.

 

김영훈 일해 대표가 감귤박 저장 시설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현재 일해는 감귤박을 축산농가의 섬유질배합사료(TMR) 원료인 단미사료로 처리하고 있으나, 축산농가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 사료 처리의 지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김 대표는 감귤박을 재가공해 감귤박스 포장재 원료 등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았지만 폐기물 규제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주도 소재 제지회사인 ‘월자포장’에서 감귤박을 활용해 제지를 만드는 특허 기술을 확보했다”며 “당사는 월자제지에 운송비만 제공하면 감귤박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월자제지는 단가가 높은 친환경 제지를 거래처에 납품할 수 있다. 또 당사 처리 비용이 절감되면 감귤농가의 비상품 감귤 수매 가격을 낮출 수 있기에 지역상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감귤박은 순환자원으로 인정되지 않아 사료, 비료 등으로만 재활용 용도가 제한된다.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한국환경공단 등을 통해 ‘재활용 환경성 평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후 순환자원 인정 신청을 한 차례 더 거쳐야 한다.
 
김 대표는 “재활용 환경성 평가에 최소 4개월이 소요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평가기관 접촉 자체가 어려워 평가를 받기 위한 컨설팅까지 신청해 준비 중”이라면서 “감귤 수확 기간이 12월부터 2월까지인데 당장 올겨울엔 감귤박을 처리하기 어렵다. 실제 평가는 1년이 더 걸릴지 2년이 더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감귤박이 어렵게 순환자원으로 인정받더라도, 이 역시 용도가 제한돼 있어 당장 종이 및 친환경 포장재 제품 등으로는 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환경부에 순환자원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고, 순환자원 인정 후 사용 가능 유형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환경부는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창헌 월자포장 대표는 “감귤박이 폐기물로 처치곤란이라 먼 바다에 버려지는 걸 보고 이를 활용해 박스 원지를 만드는 기술을 이미 10년 전에 개발했다”며 “해당 종이가 일반 종이보다 단단한 데다 친환경적이라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다. 단가를 30%는 더 받을 수 있으나 여전히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창헌 월자포장 대표가 감귤박을 활용해 만든 제지(오른쪽)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왼쪽부터) 박스 폐지 원료로 만든 제지, 감귤박과 박스 폐지 원료를 넣어 만든 제지, 감귤박과 펄프를 섞어 만든 제지.[사진=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