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MTS 깔고는 사용 안해… 개미 이탈에 수억원 들인 증권사 '난감'

2022-09-22 15:08

[자료=TDI]


최근 증권사의 주요 투자 플랫폼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증시가 폭락한 탓에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난해까지 증시 호황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MTS를 개발하는 등 수억원의 비용을 투입한 증권사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22일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 분석플랫폼 데이터드래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증권사 9곳의 MTS 설치기기수 대비 월간 활성 사용자(MAU) 평균 비중은 전년동기(49.8%) 대비 16.4%포인트(p) 감소한 33.4%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10명 중 절반 정도가 MTS를 사용했지만 1년 만에 10명 중 3명 꼴로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보다 MAU 비중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의 MAU 비중은 지난해 49.9%에서 25.7%p 줄어든 24.2%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나무)은 63.2%에서 39.6%로 같은 기간 23.6%p 감소했으며, 대신증권은 41.7%에서 18.8%p 감소한 22.9%로 조사대상 증권사 중 가장 저조한 이용률을 보였다.
 
이어 △KB증권(-16.8%p) △한국투자증권(-15.4%p) △신한금융투자(13.2%p) △미래에셋증권(13%p) 등이 전년동기 대비 13%p 이상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삼성증권은 49.8%에서 40.9%로 8.9%p 줄어들어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삼성증권은 주식투자를 비롯해 종합적인 자산관리에도 강점을 가진 증권사다. 또한 경쟁사에 비해 보수적인 투자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큰 시장에도 개인고객이 MTS를 꾸준히 사용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키움증권의 경우에도 45.4%에서 11.8%p 줄어든 33.6%를 기록해 비교적 감소폭이 적은 편에 속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타 증권사 대비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다. 지난해 위탁매매(브로커리지) 관련 수수료 수익이 급증하는 등 증시 호황기에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증권사로 꼽힌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 이탈 현상이 전반적으로 심화됐지만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 점유율 1위 증권사라는 점에서 경쟁사 대비 이탈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호황기를 맞아 2020년부터 MTS 개발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했다는 점이다.
 
MTS 개발 등이 포함된 증권사 전산운용비(59개사)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에는 5368억원으로 전년대비 51억원(-0.94%) 줄었지만 △2020년 5802억원 △2021년 6668억원 등 증가세를 나타냈다. 2020년과 2021년 전산운용비는 전년대비 각각 434억원(8.1%), 866억원(14.9%)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3781억원을 투입하며 지난해 상반기(3125억원)보다 656억원(21%) 증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MTS 개발을 위한 인력 및 비용 투입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시장의 비대면 디지털화에 맞춘 변화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필수적인 투자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