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며 조금씩 지우는 경계'...장애예술 발전 위해 나아갈 길

2022-09-19 14:55
구체적 방안 담은 문체부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
7만명이 함께 장애·비장애 예술 경계 없앤 '장애예술인 특별전'

지난 8월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막한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에서 발달·지체·청각 장애에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온 참여 작가들이 손하트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문화를 나누고 누려야 합니다. 장애인들의 문화예술환경이 좋아지면 모든 사람의 문화예술환경이 좋아집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지난 7월 초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장애인의 문화·체육·관광 향유 기회 확장을 위한 정책을 강조했다.

문체부는 지난 8일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2022~2026)’을 확정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위한 정책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이번 기본계획은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예술인지원법)」 제6조에 따라 수립되는 법정계획이다.

◆ 문체부,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 발표

문체부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장애예술인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의 협의, 온라인 공청회를 통한 장애예술인과 전문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거쳤다.

이에 문체부는 장애예술인에게 보다 많은 창작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26년까지 공모사업 지원금액을 연 200억원(2022년, 67억원), 창작준비금 지원 인원은 연 2000명(2022년 상반기 619명 지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창작 활동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장애예술인 표준 공연장을 비롯해 전시 공간과 무장애 창작공간, 맞춤형 거주·작업공간(레지던시) 등도 조성한다.

장애예술인이 활발하게 예술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지난 7일 「장애예술인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장애예술인 창작물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개발도 강화한다. 장애인 예술강좌이용권을 도입해 모든 장애인의 예술교육 수강기회를 확대하고, 교육부와 협력해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일반학교)에 ‘문화예술특화교실’을 도입, 청소년 대상 문화예술교육을 강화한다. 장애예술인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해 교육·기획·창제작·유통 등 분야에서 활동할 매개인력을 양성하고, 문화기술 연구개발(R&D) 사업으로 분야별·장애유형별 인공지능 기반 창작 도구도 개발한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방안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장애예술인 창작물의 우선구매 등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애예술 진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8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개막식을 마치고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 장애와 비장애 예술의 경계 없앤 청와대 춘추관 장애예술인 특별전

문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1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에는 장애예술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담겨 있다.

조사 연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 활동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69%, ‘충분하다는 응답’은 7.6%로 나타났다.

장애예술인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연습공간 및 창작공간 부족이 1위(55.5%), 작품발표 공간의 부족이 2위(48.7%)로 나타났다.

19일 막을 내리는 청와대 춘추관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주최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는 장애예술인에게 소중한 기회가 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개막 후 20일 동안 사회 각계각층 유명인을 포함한 7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전시 작품들의 다채로운 색감과 예술성, 작가들의 상상력에 깜짝 놀랐고, 전시를 통해 장애예술인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계기가 되었다며 입을 모았다.

최정아 씨는 “일반인과 장애인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장애인 전시’라는 타이틀을 달아야 하나 할 만큼 수준이 높아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를 통해 여러 작가들이 새롭게 이름을 알렸다. ‘시계 작가’로 불리는 윤진석 작가, ‘여우 작가’ 정성원 작가, ‘해바라기 작가’ 강선아 작가를 비롯해 이다래 작가, 한부열 작가 등 여러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면서 김현우 작가, 정은혜 작가를 잇는 새로운 스타로서 장애예술계의 저변을 넓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시 작품들 또한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구입한 ‘추억의 편린들’의 작가인 이순화 작가는 “예술은 나에게 있어서 삶의 근원이며, 꿈을 꾸게 해주었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나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 예술활동에 지금도 나는 감사하고, 붓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나의 예술활동은 나의 생과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