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위축" vs "안보 위협"...국보법 첫 공개변론

2022-09-15 18:38
국보법 7조 등 사상 첫 공개변론...앞서 7차례 합헌
청구인 "표현의 자유 위협...포괄적·불명확한 용어"
법무부 "안보 위협 가능성...실질적 위험만 처벌"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5일 이적 표현물 소지·유포를 금지한 국가보안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청구인 측은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 등을 위협한다며 폐지를 촉구했고, 법무부는 민주주의 질서 확립을 위해 국가보안법은 불가피하다며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가보안법 7조 1항·5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수원·대전지법 등이 헌재에 낸 위헌 제청과 개인이 제기한 헌법소원 등 11건이 병합된 사건이다. 국가보안법을 놓고 헌재가 공개변론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헌재는 7차례에 걸쳐 국가보안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고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7조 5항은 '이적 행위 등을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 측은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으며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국가보안법 존재 자체로 검열이 이뤄져 표현의 자유가 위축돼 민주주의 공론장이 왜곡되고 있다"며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장에서 규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적행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모두 그 의미 내용이 불명확하다"며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 유지, 공공복리에 실제로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 현실적인 위해를 가하는지를 묻지 않은 채 그 위험성이 명백한지만을 기준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인으로 나온 법무부 측은 사회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적 표현물은 제한될 수 있으며 국가보안법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통제받고 있다고 맞섰다. 법무부 측은 "국가보안법은 자유통일 수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한다"며 "이적행위로 야기된 명백한 위험은 반드시 현재 시점에 당장 현실화된 것은 아닐지라도 언제든지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학술 목적·호기심으로 이적 자료를 받은 사람은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법원에서 이적 목적의 실질적 위험을 살펴봐 혐의가 뚜렷한 부분만 선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변론에 앞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합헌을 놓고 대치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등은 이날 오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의 대표 독소조항인 7조는 학문과 예술,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 맞은편 인도에서는 국보법수호연대 등이 집회를 개최해 "국가보안법을 사수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홍모씨(75)는 "인간은 자유를 지향하는 존재인데 자유를 주장하는 세력에 의해 역설적으로 자유가 침해받는 것이 국보법"이라며 "오래전 전면 폐지됐어야 했다"고 했다. 이모씨(68)는 "우리나라는 이북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아직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