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잔수 방한] <전문가 제언> 구조적 도전 맞은 한·중 新경제협력 시험대…"원점에서 리셋해야"

2022-09-15 00:00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하 서한을 대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접견한다. 리 위원장은 윤 대통령 취임식 때 방한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서열 8위)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린다.
 
리 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 공식 초청으로 장차관급이 포함된 66명 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상무위원장은 우리나라 국회의장 격이다. 이번 방한은 일단 박병석 전임 의장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에 대한 답방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 최측근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면서,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새로운 움직임이 꿈틀거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리 위원장 방한이 다음 달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확정될 시 주석의 '3연임'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협력 구상 '칩4(Chip4, 한국·미국·일본·대만)' 등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대중 관계가 원만한 한국 측 협조를 구한다는 분석이다.
 
태 의원은 "중국은 한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라며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한·미 동맹 관계를 다졌고 신뢰 관계가 형성됐으니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도 미국 측의 불필요한 오해나 불신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리 위원장 방한을 계기로 한‧중 관계 발전을 기대했다. 
 
반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초 방한한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팰로시 패싱'을 거론하고 "(미국 서열 3위는 만나지 않은 윤 대통령이) 중국 서열 3위를 면담한다는 것은 중국 측에서 선전 도구로 쓸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곧 은퇴가 유력한 리 위원장 방한이 큰 정치·외교적 의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 소장은 한·중 경제협력 구조가 수교 30주년을 지나 '상호 보완적'에서 '직접 경쟁적'으로 바뀐 근본적인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달까지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가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을 두고 "딱히 중국의 무역 보복이나 제재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먼저 우리 스스로가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중이 미국의 규제를 우회해 경제협력을 이어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국이 상호 '국익'에 기반한 유연한 외교를 강조했다. 표 교수는 "1992년 수교 당시 한국은 '탈냉전 시기'에 사회주의 국가들과 관계 형성이 가능했고, 중국도 '톈안먼 사태'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서 "(양국은)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서로 거둘 수 있었지만 이제 미·중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서로 국익이 다를 때) 다소 조정할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도 사실 우리가 다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것에만 들어갈 수 있다"며 "칩4도 미국 동맹국 모임이라기보다 반도체 강국들 모임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한국과 중국 당국에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