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아시아 신흥국 외환보유액 급감…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2022-09-13 17:51
아시아 신흥국들의 외환보유액이 급격한 속도로 고갈되면서, 통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각국이 외환보유액만으로 해외 수입 대금을 충당할 수 있는 기간이 약 7개월로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가장 짧은 기간으로, 2020년 8월만 해도 16개월이었다.
스탠다드차타드에 따르면 인도가 외환보유액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입 대금은 9개월 치 정도이며, 필리핀과 한국은 각각 8개월 치, 7개월 치에 그친다. 인도네시아는 6개월 치 수준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디비야 데베시 아세안 및 남아시아 환율 분석 책임자는 “해당 지표의 악화는 현지 통화를 지원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개입이 앞으로 훨씬 더 제한적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며 이들 중앙은행의 외환 정책의 힘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아시아 신흥국들은 달러 강세 속에서 자국 통화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에 의존해왔다. 한국 원화, 인도 루피, 필리핀 페소 등의 가치가 급락하는 등 이들 나라의 통화 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점에 비춰,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줄어들 경우 아시아 통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인도와 태국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들어 각각 약 810억 달러, 320억 달러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70억 달러, 인도네시아는 130억 달러, 말레이시아는 90억 달러 줄었다.
중앙은행들은 구도 개입을 강화하는 모습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주 엔화의 급격한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한국은행은 적극적인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신흥국들이 보유한 달러 외 외환 가치 하락이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진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상황이 과거 위기 때보다 좋은 수준이라는 평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