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집단폭행에 극단선택 시도, 法 "국가 18억원 배상"...'윤 일병 사망' 사건은

2022-09-11 12:48

[사진=대한민국 법원]


군복무 중 선임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뇌 손상을 입은 피해자에게 국가가 18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8억80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이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정에서 정부는 "공무원들이 폭행 방지에 최선을 다했던 만큼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휘관들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A씨가 퇴직 보류자로 급여를 지급받는 동안 일실수입(잃어버린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역 예정일 이후로 일실수입이 발생한다고 보고 정부가 그 기간에 지급한 급여를 제외하고 추가 배상액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A씨는 2009년 5월 입대한 뒤 선임병들의 잦은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같은 해 7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수사 결과 선임들은 A씨가 점호 시간에 웃었다는 등의 이유로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가 한 선임병과 다툰 이후에는 집단 괴롭힘이 더욱 심해졌고,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전날에는 '하극상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선임 4명으로부터 집단 구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현재 무산소성 뇌손상 진단을 받고 공무상 상이를 입은 것으로 인정받았다. 전역은 보류됐다.

폭행에 가담한 선임 5명은 재판에 넘겨져 이 중 4명은 1인당 최대 7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고, 1명은 벌금 30만원의 선고가 유예됐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지난 6월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숨진 고(故) 윤승주 일병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는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34-3부(권혁중 이재영 김경란 부장판사)는 고 윤 일병 유족이 국가와 당시 선임병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가해자 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국가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고 윤 일병은 육군 28보병사단 의무병으로 근무하던 중 선임 병사들에게 집단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해 2014년 4월 숨졌다.

당시 국방부는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은 기도 폐쇄성 질식사'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와 유족 측이 '가혹행위 등에 따른 사망'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국방부는 윤 일병의 사인을 과다출혈로 변경하기도 했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추가 수사에 따르면 선임 병사들은 윤 일병을 밤새 폭행하거나 치약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국가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하며 "군 검찰부가 망인의 사인을 고의로 은폐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의 주장과 증거만으로 군 검찰관의 판단이 위법하다거나 처음부터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군 검찰은 그때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가해자에게 상해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기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고 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67)씨는 입장문을 통해 "군 수사기관 및 군 검찰은 질식사가 아니라는 여러 가지 뚜렷한 증거들에도 질식사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으며, 들끓는 여론에 떠밀려서 그제야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사망 원인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가서 목숨을 잃고 그 가족들은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