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 초 중부지방을 습격한 '역대급 집중호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재택 원격지시' 논란 등에 휩싸였다. 그러나 한달이 지나고 9월 초 들이닥친 '역대급 태풍' 힌남노에는 비교적 적절히 대처했다는 평가가 많다. '힌남노'는 1959년 태풍 '사라', 2003년 태풍 '매미'보다 더 강력한 태풍으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에서 마주친 윤 대통령의 얼굴에는 전날부터 이어진 철야근무에 따른 피로감과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진두지휘해 나름 선방했다는 자신감이 함께 자리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이 청사에서 철야근무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바지가 달라졌던데, 단단히 준비하고 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기자들이 '지난 집중호우 때와 무엇이 달라졌나'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집중호우는 사실 예측불허였다. 특정지역에만 게릴라식으로 내렸고, 배수 터널 등 재난 대응 인프라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태풍은 사전에 알 수 있었고, 대비 역시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한 조직이 성공적인 업무수행을 하는 것에는 리더십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느냐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이번 태풍의 경우 윤 대통령은 '국민 인명‧재산 피해가 없거나 최소화돼야 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고, '선 조치 후 보고'라는 대응 원칙도 분명히 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각 부처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다할 수 있었다. 리더의 자신감과 열정이 조직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윤 대통령의 20~30%대 국정 수행 지지율의 원인에는 '인사 문제'와 함께 '무능' 이미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태풍에 선제적이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 그러한 무능 이미지는 다소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자연의 태풍은 지나갔지만 민생 앞의 태풍은 이제 본격 시작이다. 미국의 계속되는 금리인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 고환율이 현실화됐다. 고환율은 고물가·고금리로 이어지고, 경기침체와 민생고 심화로 연결된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경기는 하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S의 공포'가 이미 시작됐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자다. 단순히 기업이 돈을 잘 버는 문제가 아닌,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가 당면한 '경제 태풍' 속에서 다시 민첩함과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