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휘의 좌고우면]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인사' 또한 그렇다
2022-08-27 10:00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 3월 20일, 청와대에 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발언한 내용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후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 건물로 이전하는 과정, 또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 등등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 의지는 나름 평가받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한 사람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주변에 누가 있는지, 평소 누구와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의식은 큰 영향을 받는다. 이른바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검찰 특수부 출신의 검피아(검찰+마피아)'와 '엘리트 관료 출신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의 연합정부로 표현한다.
국가 주요 정책을 조율하는 대통령실의 대통령비서실장(김대기)과 경제수석(최상목), 그리고 내각의 국무총리(한덕수)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추경호)은 모두 모피아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 자리들을 모두 모피아로 채운 것은 유례가 없었다. 이밖의 장차관급에도 검찰 및 모피아 출신들이 대거 발탁됐다.
윤 대통령은 "실력을 중심으로 인선했다"고 자신한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며, 자신과 비슷한 철학과 사고를 공유하는 이들을 발탁해 국정을 운영하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책임 의식도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슷한 사람들만 끼리끼리 모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집단사고의 오류'다. 여기에 검찰과 모피아 모두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자랑하며 '전관예우'로 대표되는 일종의 '기득권 카르텔'을 유지해온 집단이다.
결국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며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오랜 세월 집권해 이권을 나눠 먹은 카르텔 기득권 세력을 박살 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말이 꼭 지켜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