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봤수다] 10년 넘게 아이폰만 썼는데...'Z플립4 ·폴드4'에 반한 세 가지

2022-09-04 06:00

바야흐로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애플 아이폰 3GS 때 접한 특유의 차임벨이 12년째 사용 중인 휴대폰 벨소리다. 그렇다. 고백하건대 본인은 애플 없이 못 산다는 소위 ‘앱등이’다. 회사 노트북을 제외하고 아이폰과 애플워치, 아이패드까지 ‘애플 생태계’에 갇혀 산다.
 
그나마 코로나19 비대면 시대가 경제지 재계팀장의 체면을 살렸다. 만약 예전처럼 수요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면, 아마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애플 노(Apple, No)”라고 퇴짜를 맞았을 게 뻔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2’까지 다녀왔다. BTS의 대표색 ‘보라 퍼플’을 앞세운 Z플립4의 전광판으로 뒤덮인 타임스스퀘어에서 현지인 르포까지 했다. 그런데도 갤럭시는 여전히 내겐 낯선 휴대폰이었다.
 
이를 알아챈 삼성전자 MX사업부 담당 홍보팀은 재빨랐다. 귀국 후 이튿날, 한국에 왔으니 갤럭시 Z4를 마음껏 써보라고 했다. ‘앗, Z플립4와 Z폴드4 둘 중에 뭘 써야 하나’ 고민할 새도 없었다. 눈치 빠른 이모 차장은 “뭘 고민하세요. 둘 다 써보세요”라며 Z플립4와 Z폴드4를 담은 퀵서비스를 쏘아 보냈다.
 
금방 도착한 쇼핑백 하나. 두 개의 검은색 갤럭시 박스를 열기가 두려웠다. 그래, 일하자. 일단 ‘언박싱부터 해볼까’하는 마음에 ‘아주TV’ PD에게 SOS를 쳤다. 갤럭시 유저 부심이 있는 남자 후배도 냉큼 끌어들였다. 진땀을 흘리며 촬영했건만... 유튜브 영상 첫 댓글은 “기자가 뭐 이래요, 일반인보다 리뷰를 못 하네”였다. 감사하다. 뼈 때리는 말씀이었다. 절치부심해야 했다. 난생처음 갤럭시 생태계에 2주간 발을 들여놓은 이유다.
 

삼성 갤럭시 Z플립4만의 '플렉스 캠' 기능을 활용하면 화면을 열지 않고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촬영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두 손이 자유롭게 셀피를 찍을 수 있고, 전면 디스플레이에 풀샷을 확인하고 촬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사진=석유선 기자]

 
반한 첫 기능, ‘이재용 설명대로’ Z플립4 열지 않고 셀카 찍기
“Z플립, 이 기능 때문에 인기가 많은 거예요.”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SDS 현장 방문에서 워킹맘 직원과 셀카를 찍으며 한 말이다. 그가 몸소 Z플립의 훌륭한 셀피 기능을 널리 전파한 덕분에 Z플립4 사용기가 훨씬 설명하기 쉬워졌다.
 
그렇다. Z플립은 화면을 열어서 셀피를 찍는 스마트폰이 아니다. 반으로 딱 접어서 찍어야 제맛이다. 함께 언박싱 유튜브를 촬영한 후배는 MZ세대(Z는 아니다)라고 자부하는데, 그 역시 Z플립4의 셀피 기능에 탄복했다.
 
“선배, 이거 진짜 괜찮은데요. 저라면 폴드 아니고 플립 사겠어요. (대체 왜?) 어쨌든 디자인 예쁘고 셀카 찍기 좋잖아요. 요즘 헬스장 가면 여성분들은 다 Z플립으로 자기 운동하는 모습 촬영해요.”
 
역시 이 부회장의 가르침은 진짜였다. Z플립4를 통해 수많은 친구와 셀피를 찍는 동안 ‘플렉스 캠’ 기능 덕에 두 손의 자유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커버 디스플레이가 보여주는 화면의 화각이 더 넓어진 덕에, 전작과 달리 머리가 잘리지 않는 풀샷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카메라 화소는 전면 1000만 화소·후면 1200만 화소(초광각·광각 모두)로 전작과 같지만, 전작보다 65% 더 밝아진 이미지 센서로 인해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반한 두 번째, Z폴드4의 멀티태스킹 기능...동시에 ‘유튜브·문자·웹서핑’ 즐겨요
Z폴드4의 첫인상은 ‘아저씨폰’이었다. 화면을 펼치면 과연 이걸 스마트폰이라 불러도 될 정도인가 싶은 정도로 커진다. ‘아이패드 미니’에 비견될 정도니, 한 손에 잡기는 당연히 어렵다. 손아귀가 뺨을 덮을 정도로 큰 한 선배조차 한 손에 잡기 힘들다고 툴툴댔다.
 
그런데 이 넓은 화면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기능이 이번 신작에 탑재됐다. 바로 ‘멀티태스킹’ 기능이다. 이 매력에 빠지니 아이패드를 멀리하게 됐다. 유튜브를 즐겨 보지 않는 데도, 유튜브를 열어 놓고 하단 왼쪽 화면에서는 문자를 보내고, 하단 오른쪽 화면에서는 웹서핑했다. 전화하면서 타자도 잘 못 하는 단세포 인간인데, 한 번에 3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자니 갑자기 ‘멀티형 인재’가 된 느낌이었다.
 

갤럭시 'Z폴드4'의 넓은 화면을 활용해 '멀티태스킹' 기능을 쓰면 유튜브, 문자 메시지, 웹서핑이 동시에 가능하다. [사진=석유선 기자]

대화면 Z폴드4는 신문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줬다. 직업상 매일 신문을 챙겨봐야 하는데, 스크랩 마스터 앱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진짜 종이신문처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주변 홍보팀 가운데 폴드폰을 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문 스크랩의 편리함을 장점 1순위로 꼽는다.
 
갤럭시 S22와 같은 50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 성능도 대만족이다. 촬영 후 대화면으로 볼 수 있는 장점도 큰데, 오른쪽에 카메라를 실행하고 바로 옆 화면에서 촬영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MZ세대(이 친구는 진짜 Z세대다) 한 후배는 “접었다 폈다 하는 수고를 덜지 않고 바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으니, Z플립4보다 더 편리한 기능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갤럭시 'Z폴드4'에서는 카메라 촬영 후 바로 옆 화면에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사진=석유선 기자]

 
반한 세 번째, ‘삼성페이’...결제할 때 ‘그래 이 손맛이지’
삼성 갤럭시 생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삼성 페이’다. 줄곧 아이폰만 써본 터라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식당에서 ‘띡-’ 소리 한 번에 결제되는 삼성페이가 내심 부러웠다.
 
그런데 Z플립4에 삼성페이 카드 등록하는 과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서브 휴대폰에서 SK텔레콤 유심 카드를 빼서 끼워놓고, 삼성 멤버십 인증도 받았다. 이제 실물 신용카드를 삼성페이에 등록하면 끝인데…. 10번 넘게 인증을 시도했지만, ‘사용할 수 없는 카드’란 문구만 계속 뜨고 실패를 거듭 했다. 결국 회사 근처 SKT 대리점까지 찾아갔다. 이렇게 X세대임을 인증하는 촌극을 벌인 끝에 마침내 삼성페이 사용자가 됐다.
 

갤럭시 'Z플립4'는 화면을 열지 않고 접은 상태에서도 '삼성페이' 사용이 가능하다. [사진=삼성전자]

특히 Z플립4는 화면을 열지 않고 접은 상태에서도 삼성페이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Z폴드4는 접은 화면에서도 웬만한 기능이 가능하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마치 화장품 콤팩트처럼 작은 휴대폰을 식당에서 꺼내서 ‘띡-’ 하고 결제를 끝내니 손맛이 제법이다. 이제 나도 비로소 갤럭시 생태계에 안착한 느낌이었다. 
 
삼성전자는 4번째 Z시리즈를 선보이며 올해를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용 선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국내외 아이폰 사용자들의 충성도를 깰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같은 앱등이 입장에서 ‘Z4 시리즈가 그럴 수 있을 수 있을지?···.’ 솔직히 확언할 수 없다.

다만 ‘접었다 폈다 하는 스마트폰’의 신세계를 가장 먼저 열어젖히고 꾸준히 혁신을 거듭해 온 삼성전자 MX사업부의 노력은 가상하다. 이번 신작의 예약판매 성과도 신기록이었다. 이달 중순 출시를 예고한 아이폰14와의 전면전에서 부디 갤럭시 Z4 시리즈가 선방하기를 바라며, 다시 퀵서비스를 불러 두 대의 스마트폰을 조용히 반납했다.
 

갤럭시 'Z폴드4' 사용자는 대화면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마치 종이 신문을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진=석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