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자회견] 담대한 구상 밝힌 尹 "힘에 의한 현상변경 원치 않는다"

2022-08-17 17:32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CNN 폴라 핸콕스 기자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블룸버그 이정호, CNN 폴라 핸콕스, 인민일보 마 페이, 요미우리 나카가와타카유기, WAPO 김민주 기자.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저나 우리 정부는 북한 지역의 어떤 무리한 또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무력 등에 의한 안보 위협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담대한 구상' 더 구체화한 尹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담대한 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한다면 대응방안도 갖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체제 안전 보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한 간의 지속가능한 평화의 정착"이라며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경제적·외교적 지원을 한 결과 북한이 그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면 그 변화를 환영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틀 전 광복절 축사에서 발표한 대북 정책기조 '담대한 구상'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자원-식량 교환과 발전·의료·교역 인프라 지원 등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지만 정치·군사적 상응조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무기 체계 군축 논의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또 "우리가 단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먼저 다 비핵화를 시켜라, 그러면 우리가 그다음에 한다' 이런 뜻이 아니다"라며 "그런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라며 북한 당국에 대화 결단을 촉구했다.
 
◆北 비핵화 협상 나오면 R-FEP 가동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진정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북한도 협상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해야 상대방이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북한이 능동적으로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게 우리의 그림"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프로그램(R-FEP)' 가동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과 제재 면제를 협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FEP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북한산 광물이나 희토류 등 자원을 받는 구상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상 광물자원의 수출과 공급, 이전이 금지돼 있어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으로 이뤄진 대북제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 거래 방식은 에스크로 계좌(제3자가 돈을 보관했다가 거래가 확인된 이후 지급하는 계좌) 활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국자는 미국도 '담대한 구상'의 목표와 방향·취지에 강력한 지지의사를 밝혔고, 세부사항은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북·미 관계 정상화 지원'을 어느 단계에서 추진하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을 포함해 북한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여러 구상을 담은 패키지를 준비한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R-FEP는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며 "윤 대통령이 제시한 안은 유엔의 제재 면제 혹은 유예를 검토해야 하는 것인데 (미국이)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제재 유예, 면제까지 포함해서 지지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