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노리는 SK바사, 상반기 실적 부진...조직 개편 '승부수' 통할까?

2022-08-02 18:33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전경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가 연이은 조직 개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상반기에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올해 '1조 매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변화를 도모하고 나선 것이다.
 
SK바사는 스카이코비원 유럽 의약품청(EMA) 허가와 BA.5 변이 바이러스 대응 연구 결과에 따라 하반기 이후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SK바사, 기업가치 혁신 위해 '가치혁신실' 신설...해외 사업 조직도 개편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사는 지난 1일 IR(Investor Relations) 조직 확대·개편을 통해 기업가치 혁신에 나섰다. 기존 IR실을 가치혁신 조직으로 확대하기 위해 '가치혁신실'로 개편하고, 담당 임원으로 한국은행과 Global IB 메릴린치 출신의 송기석 실장을 영입했다. 송 실장은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의 가치혁신실장도 겸임한다.
 
SK바사의 조직 개편 움직임은 최근 들어 두드러진다. 지난달엔 기존 해외사업개발실을 BD(사업 개발) 1~3실로 확대·재편하고 글로벌 규제 및 허가 전담 조직인 글로벌 RA(규제 업무)실을 신설했다. BD 1~3실은 앞으로 기존에 영위 중인 백신 사업뿐만 아니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규 사업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들과의 공동개발 △신규 C(D)MO 수주 △개발 제품 상업화 등 다양한 영역의 글로벌 사업을 고도화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지난 6월에도 SK바사는 의·약학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담당 임원으로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화이자 출신의 김혜영 MD(Medical Director)를 영입한 바 있다.
 
IR 조직 확대 개편은 최근 회사가 겪고 있는 '기업 가치 하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월 상장 이후 한때 36만원에 육박했던 SK바사의 주가는 최근 12만원대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여기에 SK바사의 상반기 매출이 2250억원대로 작년 4분기 4509억원에도 못 미치자 연내 '1조 클럽' 등극을 예상했던 증권사들이 연이어 SK바사의 연간 실적 추정치와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흥국증권은 올해 SK바사 연간 실적 추정치를 매출액 1조2000억원에서 8203억원으로 내렸고 목표 주가도 17만8000원에서 17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 NH투자증권(23만5000원→17만원), 키움증권(18만원→14만원), 하나증권(16만1000원→15만원) 등도 목표 주가를 낮췄다.
 
증권사들의 전망치 하향조정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대로 백신 수요가 불확실해서다. 엔데믹(풍토병) 전환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있고 BA.5, BA.2.75(켄타우로스) 등 변이 확대로 백신 효능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스카이코비원 매출 확대는 내년 이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여기에 만약 화이자 등이 코로나19 변이에 대응하는 새 백신을 개발해 허가를 받으면 상황이 또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견고하기 위해선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보완해 줄 수 있게 '견고한 본업'으로 색깔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인력 확충, 인수·합병 고려 등을 통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 성과가 이뤄지는 것이 어려운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제품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하반기 노바백스 실적 증가 예상...스카이코비원 BA.5 효능 여부도 '주목'
하반기부터는 긍정적인 소식도 기다리고 있다. 먼저 노바백스와 CMO(위탁생산) 계약 건이 하반기 매출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바사는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항원 물질 및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백신 원액 기술 이전에 대한 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최근 확산 중인 변이주에 맞춰 변경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SK바사가 노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변이주 백신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아 원액 생산에 활용하게 된다. 변이주 원액 생산은 기존 계약한 안동 L하우스 내 3개 생산시설 중 2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생산된 변이주 백신 원액을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의 완제로 공급하는 형태의 신규 CMO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2980만 달러(약 395억원)다.
 
이나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노바백스 정부 선구매 건이 있는데 원액 생산으로 인식되며 하반기 매출로 잡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의 변이 백신 대응 여부 등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사는 스카이코비원의 임상 연장연구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면역반응을 확인했으며 부스터샷(추가 접종)으로 교차 투여하는 임상시험 대상자 조건을 50세 이상 고령층까지 확대했다.
 
스카이코비원이 최근 유행 중인 BA.5 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스카이코비원은 현재 WHO와 EMA 허가 승인을 대기 중으로 내년부터 수출로 인한 추가 매출 발생도 기대된다.
 
SK바사 관계자는 "자체 백신이 BA.5 등 변이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검증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반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해외 백신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스카이코비원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 의약품청(EMA)에 허가 신청을 완료했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바사 관계자는 "백신 부스터샷 관련 연구 결과도 하반기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라며 "이 부분 또한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스카이코비원 글로벌 허가 관련 사항은 추후 진행 상황보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스카이코비원 매출은 2600억원 수준이지만 2023년은 부스터샷 승인, 영국 및 유럽 품목허가 승인, WHO 품질인증 획득을 전제로 732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노바백스향 CMO 매출도 하반기에 점차 증가하며 스카이코비원과 함께 2022년 주된 매출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