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낚시하려다 '지뢰폭발'…법원 "국가가 배상"

2022-07-30 09:10

서부전선 민통선 인근에 설치된 지뢰 지대 주의 푯말. [사진=연합뉴스]

지뢰가 발견되는 곳에서 낚시를 하다 북한군이 사용하는 지뢰를 건드려 중상을 입은 70대 남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최성수 부장판사)은 A씨와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7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김포대교 북단 부근의 한강 변 낚시 금지구역에서 낚시를 준비하던 중 유실된 지뢰를 건드려 폭발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혈흉 및 혈심낭, 심장 손상 등 크게 다쳤다.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 해당 지뢰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대인지뢰로 확인됐다. 사고 지역에서는 국군이 사용하는 대인지뢰도 발견됐다. 그러나 당시 사고 현장엔 지뢰 경계표지가 없었고, 국군이 별도의 지뢰 수색·제거 작전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부인과 자녀 등 가족은 '국가가 폭발물을 유실해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치료비와 일실수입, 위자료 등 총 1억1000만원의 손배해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북한군 지뢰라고 하더라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지뢰 설치 주체와는 상관없이 국민의 신체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군은 북한 등 어느 주체가 설치했는지와 관계없이 군용폭발물로 인한 재난을 예방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전부터 집중호우로 인해 지뢰가 유실돼 강 인근에서 지뢰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등 이번 사고지역에서도 지뢰가 있었을 가능성이 예견됐는데, 관할 군부대장을 포함한 군인 공무원들에게는 지뢰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계표지 설치, 지뢰 수색·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을 70% 인정해, A씨와 가족들에게 위자료와 배상금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이 낚시 금지구역이고, 하천 정비사업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는데도 A씨가 들어간 점을 고려해 금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