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CEO]③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젊은 피 #분기 최대 실적 #반도체 한파 #솔리다임

2022-07-30 07:00

최고경영자 또는 최고경영책임자를 뜻하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한 회사 또는 기관의 총체적 경영을 책임지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경영자다. 그래서 CEO의 어깨는 항상 무거운 법. 비록 몇 가지 키워드로 CEO 한 사람의 경영 철학을 분석할 순 없지만, 해시태그(#)로 묶어보면 오히려 간명해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용되는 메타데이터 태그를 빌려 국내 경제계 CEO의 생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젊은 피 #공학도 출신 전략통 #M&A 전문가
지난해 SK그룹 인사, 특히 SK하이닉스의 임원 인사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바로 노종원 사업총괄 사장이었다. 당시 경영지원 담당(CFO·부사장)에서 사장 자리에 오른 그는 1975년생으로,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40대 사장'이 됐다. 그의 책무는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비즈니스와 미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한 CEO 산하 신설 조직인 '사업총괄'직이었다.

노 사장은 오래전부터 SK하이닉스에서 입지를 탄탄히 쌓아왔다. 독특한 점은 카이스트 물리학과 졸업,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석·박사를 수료한 이공계 출신이다. 지난해 말 미래전략 담당 부사장으로서 CFO를 겸할 때 업계의 시선은 '공학도 출신 CFO'라는 점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의 전임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인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 차진석 전 CFO 등은 경제·경영학과를 졸업한 상경계 전공자로 재무·금융·자금 등의 업무를 주로 맡은 재무통이었던 점과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2003년 SK그룹 입사 이후 SK텔레콤 SC사업전략팀장, SK C&C 사업개발본부장, SK텔레콤 유니콘랩장을 거쳤고 2018년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겨 미래전략 및 경영지원 담당 등 그가 걸어온 행보는 전략통으로서 입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2012년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TF 실무를 비롯해 도시바메모리(키옥시아) 투자, ADT캡스 인수, 인텔 낸드사업 인수, 매그나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투자 등을 잇달아 성사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가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그룹 내 대표적인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히는 이유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10조원 규모에 인수한 '빅딜' 건은 이석희 현 솔리다임 의장과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아주경제]

 
#든든한 곽노정 #쌍두마차 체제 효과 #분기 최대 실적
지난해 인사에서 노 사장과 함께 사장으로 승진한 곽노정 사장은 SK하이닉스의 투톱으로서 노 사장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전사 차원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신설한 '안전개발제조총괄'을 이끄는 한편 신설된 '기업문화 업그레이드 TF'장도 맡았다.

특히 박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석희 사장이 지난 3월 말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곽 사장의 입지도 탄탄해졌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이 사장 후임으로 곽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기존 박정호-이석희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박정호-곽노정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곽 사장이 반도체 개발과 제조를 맡고, 노 사장은 투자 등 경영전략을 분담하며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한 실질적인 '쌍두마차' 체제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체제 변화에 따른 시너지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7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실적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데다 영업이익률은 30%로 역대급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 순이익 2조876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영업이익은 56% 증가했다.

SK하이닉스가 13조원대 분기 매출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분기 최대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12조3766억원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분기에 D램 제품 가격은 하락했지만 낸드 가격이 상승했고, 전체적인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며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솔리다임의 실적이 더해진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주력제품인 10나노급 4세대(1a) D램과 176단 4D 낸드의 수율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4분기(영업이익 4조2195억원)에 이어 2분기 만에 4조원대 영업이익과 30%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2019년 10.7%, 2020년 15.71%, 2021년 28.86%였던 것을 고려하면 D램 가격 약세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성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에 대해 곽 사장이 제조 부문에서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고, 노 사장이 업황에 맞춰 투자와 비용 지출 등을 결정하며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성과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한파 #경영 효율화 #설비투자 축소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 3분기부터 사실상 한파가 시작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D램은 분기 기준 평균 가격이 2년 만에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11개월 만에 내림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수요 감소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0%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7~9월) 낸드플래시 가격 전망도 종전 ‘3~8% 하락’에서 ‘8~13% 하락’으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다 가격 하락세는 올 4분기까지 이어진다는 관측도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통상 하반기를 정보기술(IT) 기기 판매 증가에 따른 ‘반도체 성수기’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줄었고, 이는 낸드플래시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사들도 재고 부담에 주문량을 줄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설비투자(CAPEX)를 줄이며 공급 과잉에 대비하고 나섰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업황이 불투명해지고 재고가 쌓이자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는 전 분기보다 1주일치 정도 증가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시설투자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노 사장도 지난 27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수요가 어떻게 될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내년 생산량과 설비투자, 자본지출을 축소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하반기와 내년 전략 키워드를 유연성으로 잡고, 이익 극대화를 위한 설비투자 규모를 유연하게 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노 사장은 “거시 경제는 예측이 어렵지만 메모리산업의 장기 성장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며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맞춰가면서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