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지붕 뚫었다···AI 훈풍에 SK하이닉스 '왕좌' 굳히기

2024-11-21 17:00
HBM 호황 삼성전자에도 수혜···내년 HBM4 경쟁 본격화 예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엔비디아의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여전한 저력을 과시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도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오던 SK하이닉스의 ‘HBM 왕좌’ 자리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3분기 350억8000만 달러(약 49조1190억원)의 매출 기록을 발표하며 또 한번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특히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의 연내 양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불거진 과열 논란을 일축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랙웰 생산 출하가 4분기에 시작될 예정이고 내년에는 더 증가할 것”이라며 “올 4분기 이후에는 호퍼 시스템과 블랙웰 시스템을 모두 출하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4분기 블랙웰 매출은 당초 예상인 50억~6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4분기 본격 출하를 기점으로 내년에도 블랙웰을 포함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의 견조한 실적 성장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엔비디아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 최대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블랙웰에 장착되는 HBM3E를 납품할 예정으로,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실적발표 자리에서 “HBM은 이미 내년 물량까지 솔드아웃(매진)”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HBM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라는 평가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 중이다. 퀄테스트를 통과하면 블랙웰 등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에 HBM을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훈풍에 따른 HBM 시장 전망이 밝은 가운데 국내 업체 간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실적발표 후 공급망에 대해 설명하며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삼성이 최근 메모리 기술과 엔비디아 공급 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또 다른 힌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HBM4 일정을 앞당기고 내년 내 HBM3E 16단 제품을 양산해 HBM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HBM4에서 역전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세계 최고층 321단 낸드 첫 양산 소식을 알리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했다. SK하이닉스는 “당사는 2023년 6월에 직전 세대 최고층 낸드인 238단 제품을 양산해 시장에 공급해 왔고, 이번에 300단을 넘어서는 낸드도 가장 먼저 선보이며 기술 한계를 돌파했다”며 “내년 상반기부터 321단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해 시장 요구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321단 제품은 기존 세대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 읽기 성능은 13% 향상됐다. 또 데이터 읽기 전력 효율도 10% 이상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로 AI향 저전력 고성능 신규 시장에도 적극 대응해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