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나노 양산 성공] 이례적인 첫 출하식…안정적 수율·TSMC 추월 자신감

2022-07-25 18:00
이창양 산업부 장관·협력사 대표 초청…수율 관련 부정적 우려 불식
GAA 1세대 이어 내년 2세대 공정 앞둬…팹리스 고객사 확보 관건

삼성전자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의 3나노미터 (nm, 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파운드리를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5일 경기도 화성캠퍼스 V1라인(EUV 전용)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사장)와 임직원, 협력사와 팹리스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라는 포부를 밝히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 3나노 양산 공식화...'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양산 돌입을 발표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로, 삼성전자가 대만의 TSMC와 미국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사를 제친 셈이다.

특히 기존의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과 소비 전력은 줄이고 성능은 높인 GAA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의의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GAA 트랜지스터 구조 연구를 2000년대 초반에 시작했고, 2017년부터 3나노 공정에 적용해 최근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 GAA 공정을 고성능 컴퓨팅(HPC)에 처음 적용하고, 주요 고객사와 협력해 모바일 SoC 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관계자들이 웨이퍼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 사장은 인사말에서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 양산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며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축사에서 "치열한 미세공정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삼성전자와 시스템반도체 업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하며 "정부도 지난주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바탕으로 민간 투자 지원,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소부장 생태계 구축에 전폭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은 국가 안보 자산이어서 3나노 반도체 양산 성공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기여하는 한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산업부는 기대했다.


국내 소부장 및 시스템반도체 기업들도 초미세 공정용 소재, 장비, 설계자산(IP) 등을 공동 개발해 3나노 제품 양산을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 반도체 산업계가 공동으로 이룬 것"이라고 산업부는 평가했다.

행사에 참석한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원익IPS의 이현덕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3나노 GAA 파운드리공정 양산을 준비하며 원익IPS 임직원의 역량도 한층 더 강화됐다"고 밝혔다. 국내 팹리스 업체 텔레칩스의 이장규 대표이사도 "삼성전자의 초미세 공정을 활용한 미래 제품 설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에서 3나노 GAA 파운드리 공정 제품 양산을 시작했으며, 향후 평택캠퍼스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철저한 B2B 보안 관례 깨고 이례적인 첫 출하식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 한계 뛰어넘은 혁신, 무에서 유를 창조”

삼성전자 DS부문장인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세계 최초 3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에서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파운드리 사업은 철저하게 고객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으로, 특히 보안에 철저하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그동안 7나노, 5나노 등 파운드리 제품 양산과 함께 출하식을 연 적이 없다. 그동안 고생한 임직원을 격려하는 내부 행사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이날  산업부 장관과 협력사 대표까지 불러 이례적으로 출하식까지 연 것을 두고, 업계에선 "외부에서 제기하는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에 대한 부정적 우려를 지우고,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사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장관도 행사에서 "앞으로도 3나노 공정이 높은 수율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면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캠퍼스 V1 라인 앞마당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사진=삼성전자]

실제로 업계는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이 반도체 제조 공정 최첨단 기술인 점에서 주목, 세계적인 파운드리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본다. 이번 양산을 통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앞선 기술 경쟁력을 처음 입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TSMC는 이달 중 3나노 공정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전력과 성능 면에서 뛰어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GAA(Gate All Around) 신기술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45% 절감, 성능 23% 향상, 면적은 16% 줄였다. 내년으로 예정된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를 목표로 한다. TSMC는 3나노 공정에 기존의 핀펫 구조를 적용하고, GAA는 2025년 양산 예정인 2나노 공정부터 적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픽=아주경제 인포그래픽팀]

세계 1위 TSMC 제칠 '터닝 포인트'..."수율 확보가 곧 고객 확보"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3나노 양산 성공은 TSMC를 제칠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업계에서 현재 7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단 두 곳뿐으로, 사실상 양강 구도를 다져왔다. 양사는 현재 5나노 공정이 주력인 3나노에 이어 2나노까지 초미세공정 시장이 커짐에 따라 누가 빨리 '기술 혁신'을 이루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3나노 양산 성공으로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TSMC가 53.6%였고, 삼성은 16.3%로 2위다. 업계 관계자는 "1987년 설립된 TSMC에 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2005년부터 뛰어들어 몇십 년의 업력 차이가 있음에도 빠르게 업계 최선단 공정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남은 과제는 '수율'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의 수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린다면 자연스럽게 고객사 확보도 이뤄질 것이란 기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최첨단 공정을 선보인 것만큼 그에 상응하는 안정적인 기술력이 결국 계약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 확대는 수율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캠퍼스 V1라인(EUV 전용)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출하 차량 모습.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