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리스크 투자의 '덫'] 수조원대 혈세 몰아받은 HMM, 중기와 맞대결···흔들리는 해운 정책
2022-07-25 07:00
향후 중장기 성장을 위해 벌크선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HMM 측 전략에 국내 해운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국책금융기관에서 대규모 지원을 받은 HMM과 중소·중견 해운사가 벌크선 시장에서 맞대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코로나19 등 위기에 과반수에 달하는 지원을 몰아 받은 HMM과 중소·중견 해운사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또한 HMM 측 벌크선 시장 공략이 국내 해운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HMM 투자 계획이 불공정한 경쟁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HMM이 중소·중견 선사와 정면 대결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 14일 '중장기 전략 설명회'를 열고 2026년까지 현재 29척 수준인 벌크 선대를 55척으로 90%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기존 8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인 선복량을 120만TEU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HMM 수익구조는 해외로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컨테이너 부문과 국내 벌크화물을 운송하는 벌크 부문, 터미널 등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HMM은 그동안 컨테이너 부문에 집중해 왔다.
실제 지난해 매출액 기여도를 살펴보면 컨테이너 부문 비중이 93.87%에 달했다. 벌크 부문은 4.96%, 기타 부문은 1.17%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에 HMM은 일정 규모에 도달한 컨테이너 선대보다 그동안 부족했던 벌크 선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다수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에서 대규모 지원을 받는 HMM이 국내 중소·중견 해운사가 포진한 벌크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HMM은 2016년 해운업 불황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5조원가량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상태다. 이후 2018년 발표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으로 컨테이너 선대 확충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을 톡톡히 누렸다.
최근 해운업 위기로 꼽을 수 있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에도 정부 지원은 HMM에 집중됐다. 실제 2020년 1~9월(1~3분기)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 안정을 위해 82개 해운사에 총 6조504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전체 지원 금액 중 63.47%에 달하는 4조1280억원이 국내 1위 해운사인 HMM 단 한 곳에 투입됐다. 나머지 81개 중소형 해운사는 36.53%에 해당하는 2조3760억원을 나눠서 지원받았다. HMM에 대한 지원 금액이 중소형 해운사에 대한 평균 지원 금액인 293억원 대비 141배에 이르는 규모다.
당시 HMM에 대한 이 같은 지원은 필수적이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컨테이너선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국적원양선사가 단 둘뿐인 상황에서 국내 1위인 HMM을 육성해야 국내 기업 수출길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였다. 이는 HMM이 컨테이너 부문에 집중해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하는 상황이라 허용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HMM이 벌크선시장에서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면 상황이 바뀐다. 수조 원대 혈세를 지원받은 기업과 다른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HMM이 국내 벌크선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해운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도 HMM이 국내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더욱 HMM 키우기에만 집중한다면 자칫 HMM이 흔들릴 때 국내 해운산업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해운산업 발전과 육성을 목표로 출범한 해양진흥공사가 대주주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HMM이 국내 중소·중견 해운사 점유율을 빼앗아 실적을 늘리는 전략이 타당한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해양진흥공사가 뚜렷한 비전 없이 관리 대상인 HMM 실적 부풀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다수 전문가는 HMM이 고위험 벌크선시장 공략에 나서기보다 '댐 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댐 경영'을 하자고 주장한 일본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경영 철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댐에 물을 비축해 필요에 따라 물을 활용하듯이 사람과 물자·자금도 댐처럼 비축해두면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운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 불황기에 타격을 입을 때 국가 경제 전체에 커다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물류 대란이 벌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에서 지원을 받는 HMM이 국내 벌크선 시장에 진출해 중소·중견 기업 먹거리를 뺏는 것이 옳은지 되묻고 싶다"며 "당장 HMM 경영 실적을 위해 국내 해운업계에 큰 리스크가 안겨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코로나19 등 위기에 과반수에 달하는 지원을 몰아 받은 HMM과 중소·중견 해운사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또한 HMM 측 벌크선 시장 공략이 국내 해운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HMM 투자 계획이 불공정한 경쟁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HMM이 중소·중견 선사와 정면 대결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 14일 '중장기 전략 설명회'를 열고 2026년까지 현재 29척 수준인 벌크 선대를 55척으로 90%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기존 8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인 선복량을 120만TEU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HMM 수익구조는 해외로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컨테이너 부문과 국내 벌크화물을 운송하는 벌크 부문, 터미널 등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HMM은 그동안 컨테이너 부문에 집중해 왔다.
실제 지난해 매출액 기여도를 살펴보면 컨테이너 부문 비중이 93.87%에 달했다. 벌크 부문은 4.96%, 기타 부문은 1.17%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에 HMM은 일정 규모에 도달한 컨테이너 선대보다 그동안 부족했던 벌크 선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다수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에서 대규모 지원을 받는 HMM이 국내 중소·중견 해운사가 포진한 벌크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HMM은 2016년 해운업 불황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5조원가량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상태다. 이후 2018년 발표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으로 컨테이너 선대 확충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을 톡톡히 누렸다.
최근 해운업 위기로 꼽을 수 있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에도 정부 지원은 HMM에 집중됐다. 실제 2020년 1~9월(1~3분기)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 안정을 위해 82개 해운사에 총 6조504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전체 지원 금액 중 63.47%에 달하는 4조1280억원이 국내 1위 해운사인 HMM 단 한 곳에 투입됐다. 나머지 81개 중소형 해운사는 36.53%에 해당하는 2조3760억원을 나눠서 지원받았다. HMM에 대한 지원 금액이 중소형 해운사에 대한 평균 지원 금액인 293억원 대비 141배에 이르는 규모다.
당시 HMM에 대한 이 같은 지원은 필수적이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컨테이너선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국적원양선사가 단 둘뿐인 상황에서 국내 1위인 HMM을 육성해야 국내 기업 수출길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였다. 이는 HMM이 컨테이너 부문에 집중해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하는 상황이라 허용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HMM이 벌크선시장에서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면 상황이 바뀐다. 수조 원대 혈세를 지원받은 기업과 다른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HMM이 국내 벌크선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해운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도 HMM이 국내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더욱 HMM 키우기에만 집중한다면 자칫 HMM이 흔들릴 때 국내 해운산업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해운산업 발전과 육성을 목표로 출범한 해양진흥공사가 대주주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HMM이 국내 중소·중견 해운사 점유율을 빼앗아 실적을 늘리는 전략이 타당한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해양진흥공사가 뚜렷한 비전 없이 관리 대상인 HMM 실적 부풀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다수 전문가는 HMM이 고위험 벌크선시장 공략에 나서기보다 '댐 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댐 경영'을 하자고 주장한 일본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경영 철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댐에 물을 비축해 필요에 따라 물을 활용하듯이 사람과 물자·자금도 댐처럼 비축해두면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운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 불황기에 타격을 입을 때 국가 경제 전체에 커다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물류 대란이 벌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에서 지원을 받는 HMM이 국내 벌크선 시장에 진출해 중소·중견 기업 먹거리를 뺏는 것이 옳은지 되묻고 싶다"며 "당장 HMM 경영 실적을 위해 국내 해운업계에 큰 리스크가 안겨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