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민영화 재시동] 매각가 커지니 인수 후보 좁아져...산은·해진공 고심
2024-10-23 19:30
산은·해진공 HMM 지분 최대 72%...후보군 급감
해운 다운턴 초입이 최적의 매각 시기
해운 다운턴 초입이 최적의 매각 시기
23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HMM 민영화 재개 여부를 놓고 산은과 해진공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한 지분이 지속해서 늘어난 만큼 지분 매각을 시도해도 이를 인수하겠다는 후보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 하림 측과 6조4000억원에 매각을 논의했던 것과 비교해 HMM 매각 예상가는 55% 이상 늘었다. 여기에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를 계속 주식으로 전환하면 내년에는 HMM 지분율이 7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HMM 민영화에 관한 의지를 꾸준히 드러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에서 과감한 투자 결단이 필요한 해운업 특성상 공공기관이 하기에는 부적합한 업종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임하고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되면서 HMM 민영화에 관한 논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오히려 해수부가 직접 HMM이 주도하는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강조하며 정부 소유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우려만 키웠다.
재계에선 재계 순위 29위 하림그룹과 논의가 무산되고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이 당시와 비교해 약 10%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재계 순위 10위권 이내 기업이 아니면 HMM 인수에 도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과 연관이 큰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 집단으로는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이 꼽힌다. 하지만 두 기업 집단은 지주사 지분 관리와 신사업 투자 및 경영권 승계 등을 이유로 당장 해운업에 관심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자체 물류를 강화하기 위해 롯데그룹이 해운업에 진출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해운 업계 반발을 가라앉혀야 하는 과제가 있다.
결국 재계 순위 10위권 밖에서 HMM 인수에 강한 뜻이 있는 새 주인을 찾으려면 매각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가가 내려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 업계에선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와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 물동량 감소 등으로 올 상반기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해상운임이 두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초 2400에서 지난 7월 5일 3733으로 고점을 찍은 후 이달 18일 2062까지 하락했다. 파나마 가뭄이 해소된 것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올 4분기 HMM 실적이 영향을 받으면서 HMM 몸값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올 4분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가 산은·해진공이 HMM 민영화에 재시동을 걸면서 제값을 받을 최적의 시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MM도 독일 하팍로이드의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탈퇴에 따라 일본 ONE, 대만 양밍과 새 협력체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체제를 구축하고, 세계 1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북유럽과 지중해 항로에서 선복 교환 협력을 하기로 하는 등 다운턴을 견뎌내기 위한 협력 관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MM 인수 협상이 한 차례 무산된 하림그룹이 인수에 관해 다시금 뜻을 드러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난 16일 HMM 인수 의사가 아직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수부·해진공이) 진정성 있는 매각 의지를 갖고 다시 내놓으면 그때 (인수를)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 해운 업계 관계자는 해수부와 해진공이 HMM 새 주인을 찾을 때 재무구조와 함께 회사 성장을 위한 확고한 비전이 있는지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톱4 해운강국이 되려면 정부가 단순히 기업 규모가 크다고 해서 HMM을 맡길 게 아니라 해운업에 관한 확고한 미래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의지가 있는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