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세제개편] 곳간 비워놓고 재정건전성 강화하겠다니…"최악의 정책 조합"

2022-07-21 16:00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감세...국가 재정 흔들릴 수도
민간 보조사업 중 61개 폐지...강력한 지출구조조정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셋째)이 7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점차 더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으로 쪼그라들었던 경기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격하게 늘면서 재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아직까진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나라 곳간을 비워둔 채 재정건전성 강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악의 '정책 조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법인세·종부세·소득세 완화...13조1000억원 세수감 예상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적신호가 켜졌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이어 생산과 소비, 투자까지 일제히 쪼그라드는 등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짙다. 

이 가운데 정부는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정부에 쏠려 있던 경제 운용의 무게추를 민간과 기업, 시장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1일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소득세 등 주요 세목이 완화된다는 내용이 담긴 '2022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 경우 나라 곳간이 쪼그라들 수 있다. 더군다나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것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 감세 정책이 계속될 경우 세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는 13조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총 국세 수입의 3%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법인세 감면액은 총 6조5000억원으로 전체 감소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에 따른 세수 감소는 1조6000억원이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법인세 과세 체계 개편 방안' 공청회에서 "성장 잠재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보면 법인세 감세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는 법인세 감세만 하기보다는 부가가치세·소득세 등 소비세 증세나 탄소 가격제 강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지출구조조정·공무원 인력 감축...재정건전성 개선
정부는 대안으로 강력한 지출구조조정과 공무원 인력 감축 등을 내놨다.

우선 코로나 사태로 늘어난 한시적 예산 지출을 정상화하고, 보조 사업 정비 등을 통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할 방침이다.

올해 민간 보조사업 1205개 중 440개를 점검해 61개를 폐지하고, 191개에 대한 예산을 감축한다. 학생 수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교육재정교부금도 개편한다. 교육재정교부금이란 17개 시도교육청이 내국세에서 20.79%와 교육세 일부를 받아 유·초·중등 교육에 활용하는 예산이다.

지난 2000년 14조9000억원이던 교육재정교부금은 2022년 65조1000억원으로 4배가량 늘어났다. 반면 학령인구(6~17세)는 2000년 811만명에서 2022년 539만명으로 약 34% 감소했다. 유·초·중등 교육과 고등·평생 교육 분야 간 투자가 불균형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공무원 정원과 보수 수준도 엄격하게 통제한다. 정원이나 보수를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만 증원·인상하겠다는 얘기다. 

불필요한 공공기관의 자산도 매각한다. 공공기관은 컨벤션 시설, 홍보관, 유휴부지 등 기관 고유기능과 연관성이 낮거나 골프장, 콘도 회원권 등 과도한 복리후생 자산을 매각해 재원을 확보한다. 정부는 확보한 재원을 공공기관 경영에 투자하거나 취약계층 지원 등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직은 '건전 재정'할 때 아냐...확장 재정 필요"
정부가 꺼내든 '건전 재정' 카드를 놓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 때가 아니라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까지는 계속 확장적 재정을 편성해야 할 것 같다"며 "재정 지출할 때 취약계층도 좀 더 지원해서 그들이 버틸 힘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물가 방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취약 차주와 취약계층에 대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감세'에 맞춰지면서 재정건전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냐는 지적도 있다. 법인세와 종부세, 소득세 등 전방위적인 감세 정책으로 오히려 세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보면 재정건전성 강화 기조와 감세 정책은 상충하고, 중장기적으로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