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방한 D-8] 통화스와프 물꼬 트나…인플레 대응 논의할 듯

2022-07-11 14:00
통화스와프 체결되면 강달러 기조 누그러질 가능성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5월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경제 현안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당시 옐런 장관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의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사진=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다음주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에 따라 환율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차질 등으로 심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대응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19~20일 한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추경호 부총리 등 한국 정부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옐런 장관이 한국을 찾는 것은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후 처음이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 6년 만이다.

기재부는 "두 장관은 한·미 양국 간 경제·금융 협력, G20 등 다자협의체를 통한 정책공조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양국 정상 간 만남에 이어 한·미 간 경제적 유대를 심화하고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구체적 논의 이뤄질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콘퍼런스콜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옐런 장관 방한 일정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통화스와프 재개 여부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양 정상은 외환 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이 공동선언문에 외환 시장 안정 협력을 명시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통화스와프 체결이 후속조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20년 통화스와프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환율 급등으로 불안정해진 국내 금융 시장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화스와프 자체는 중앙은행 간 계약인 만큼 재무장관회의에선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고 구체적인 논의 수준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스와프에 대한 언급이 없을 경우, 원화는 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려도 한·미 금리는 역전돼 달러 강세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글로벌 신용사건이 번질 경우 유동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 등 신흥국이 미 국채를 팔 것이기 때문에 연준이 통화스와프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對)러시아·북한 제재 등도 논의할 듯
이외에도 옐런 장관은 한국 정부 인사들과 한·미의 경제정책과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對)러시아 제재 현황과 향후 조치 등에 대한 양국 재무장관의 언급에 관심이 쏠린다.

옐런 장관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확대를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장관이 유가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각국에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동참을 설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일환으로 연말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예고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통해 러시아로 가는 자금줄을 죄고 유가 상승 압박을 완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주요 7개국(G7)이 이미 도입에 합의한 가격상한제는 아직 구체적인 상한선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40∼60달러 수준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가 가격상한제 시행 협력을 거부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상한제 안이 마련되면 동참 국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추진 방안이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을 지정하는 등 제재 운영에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7일에는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한국을 찾아 외교부 당국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옐런 장관 방한 전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한 사전 논의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경제협력 방안 및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디지털세와 관련한 후속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재무장관, 통화·재정 수장 모두 지낸 입지전적 인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

옐런 장관은 2014~2018년 연준 의장을 지냈고,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경제정책 양대 축인 통화와 재정 두 분야에서 수장에 오른 진기록을 가진 인물이다.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라는 양대 타이틀도 있다.

옐런 장관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준 의장에서 퇴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적이 있다.

옐런 장관은 방한 전인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추 부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발리에서는 옐런 장관의 방한 일정을 고려해 간단하게 경제 상황 등에 대한 대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