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대북 한미 공조 인가, 美 들러리 외교인가

2022-07-04 06:00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한 국가가 주권국으로서 그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국제법상 ‘독립성’은 타국과의 관계를 자주적으로 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대외 관계 체결이 조약이나 법률과는 무관하게 타국에 의해 외교 및 내정의 방향이 결정·구속되고 있다면 그 나라를 종속국(subordinate state)으로 칭할 수 있다. 반대편에서 종속시키는 국가는 종주국(Suzerain State)이다. 상대 국가의 외교정책이나 관계를 통제하면서 속방으로서의 내부 독자권을 갖는 나라다. 일반적 대외 관계가 아닌, 남북관계에서 미국은 한국의 어떤 나라인가? 종주국인가? 아니면 사대국(事大國)인가? 한국이 국제법상 미국의 피보호국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대북한 관계에 있어서만은 부용국(附庸國)이라는 인식을 떨칠 수 없다. 한반도와 대북한 군사 및 외교관계에서 미국이 한국을 관리하는 종주권(Suzerainty)의 지위를 행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가 원해서일까? 아니면 국제정치적 관계에서 미국이 갖는 힘 때문일까?
 
문제의 심각성은 따로 있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대미 종속적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다. 보수 정권일수록 더 그렇다.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려 하기보다는 미국에 의존해서만 대북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것을 흔히 ‘한미 공조’로 나타낸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미 ‘빛 샐 틈 없는 공조’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런 관계에서도 균열이 났다고 하면서 한·미관계의 ‘정상화’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미 공조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한다. 언필칭 ‘포괄적 전략동맹’이다. 북핵은 물론, 경제도 안보도 포괄하고 있다. 미국을 만나도 굳건한 한·미 공조를 위해서고, 회담을 개최해도 한·미 공조를 위해서다. 회담을 끝내면 한·미 공조에 이상이 없었다고 강조한다.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는 아랑곳없다. 한반도 핵 문제도 오로지 미국이 추구하는 완전하고, 증명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선 비핵화(CVID)만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인다. 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의 외교라는 것은 없다. 가장 중요한 대미 외교라는 것이 존재감을 보이지 않는데, 다른 대북 관련 외교가 있을 수 있겠는가.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참가한 것만 해도 그렇다.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들이나 좀 서로 확인하고 다음에 또 보자, 그런 정도 아니겠나 싶은데 만나봐야지 뭐”라는 표현이 스스럼없을 정도다. 기대하지도 않으니 준비할 필요도 없다는 것인가.
 
대미 종속을 강화하는 것을 미국으로부터 환영받을 일로만 인식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미국이 설정하는 기존의 한·미관계를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관계를 한국에 대한 정책적 환경과 방향 설정의 결과로 생각한다. 양자 간 상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를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면 미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로 치부될 수 있다. 윤 정부의 앞 뒤 가림이 없는 대북 선제타격 발언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은 것은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윤 정부는 이에 대한 고려조차 없는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대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의지의 표현만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변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일본이 콧방귀 뀌듯 하는 것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한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의 자존심은 상처만 받을 뿐이다. 다자외교에서 ‘왕따’가 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외교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 생산이다. 대외 정책 자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대외 관계의 방법도 내포하고 있다. 외교의 목표는 단연 국익 실현이다. 자국의 이익 실현이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미국의 대(對)한국 정책 결정 또한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다.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항상 같이 갈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비핵화 방식을 한국이 추종만 하는 것이 과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가야만 할 길인지 한번은 자문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국익을 위한 우리의 외교에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유도하기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담아야 한다. 남북한 협력의 공감대를 확산하고 대한민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추진하는 노력에 미국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외교일진대 우리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미국의 국가이익에 편승하여 대북한 관계를 형성하려고만 한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가 모두 미국의 국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에 애걸하기까지 한다. 한국이 스스로 미국의 확장억제력 강화를 주문하고, 한·미연합 방위력 증강을 자청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2018년 남북 및 북·미 협상이 진행되면서 가동 중단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해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와 전개를 자청하고 있는 것을 보라. 북한을 압도하는 세계 국방력 제6위의 한국이 왜 그런 요청을 자처하기까지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대북한 정책을 따르기만 한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추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괄타결(grand bargain)에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바이든 정부가 그런 정책이 아닌 그 어떤 정책을 취했어도, 다시 말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식 접근방식을 택했든 아니었든 정책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반대 없이 수용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미국의 정책이 우리에게 절대 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왜 우리는 미국 앞에서만은 대북한 외교권을 스스로 포기하려고만 하는가? 민족문제의 결정을 미국에 맡기고, 미국을 통해서만 결정하려 하는지 진지한 자문이 필요하다. 나토 정상회담 후 정부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화자찬이다. 하지만 단 하나라도 새롭고 독자적인 우리 것으로 만들고 도출해 낸 것이 있었는지, 아니 그런 노력이라도 했는지 묻고 싶다. 손에 잡히는 독자 외교. 윤 정부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이제부터라도 곰곰이 살펴보고 실천해야 할 화두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