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실태] 둘 중 한 명은 알고도 빌린다…연 240% 이자도 '울며 겨자먹기'

2022-06-28 07:00

[사진=연합뉴스]

지난 수 년 간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 정부 차원의 서민 금융 부담 경감 조치가 잇따라 단행됐지만 여전히 불법사금융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자금 융통을 거절당한 저신용차주의 상당수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불법사금융 업체에 손을 내밀었고, 그로 인해 많게는 대출 원금의 수 배에 달하는 연 이자를 부담하는 등 궁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불법사금융 이용자 16% “연 240% 이자 부담”…신뢰 무너져 가족관계도 ‘악화’

27일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과 우수 대부업체 12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이용자의 25%가 원금 이상의 연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금의 2배가 넘는 연 240% 이상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답변한 이들도 16.2%에 달했다. 일부 이용자(2.6%)들은 무려 원금의 1200%를 초과하는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법정최고금리는 연 20% 수준이다. 법정최고금리는 지난 2018년 2월 연 27.9%에서 24%로 하향됐고, 1년 전인 2021년 7월에는 연 4%포인트가 추가로 인하된 바 있다. 현행법 상 은행이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은 연 20% 금리 이상을 이자로 적용할 수 없고, 최고금리를 넘어서는 이자계약은 무효다. 그럼에도 제도권 사각지대에 있는 미등록 대부업자(사채업자) 등이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불법적 금리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불법사금융 이용자 둘 중 한 명(57.6%)은 해당 업체가 불법사금융임을 알면서도 돈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불법사금융 여부를 모른 채 이용했다는 응답자 비율도 지난 2020년 26.5%에서 지난해 42.4%로 크게 늘었다. 연구원 측은 “연령대가 높거나 자영업자, 소득이 높을수록 불법사금융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으나 그만큼 자금 융통에 대해 간절했던 것”이라면서 “불법사금융인 줄 몰랐다는 응답자들이 늘어난 것은 적절한 금융지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법사금융 이용에 따른 가장 큰 피해로는 △법정한도를 넘어선 과도한 이자(44.3%)라는 답변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부당한 대출 중개수수료 요구(21.1%) △시도때도 없이 전화하는 불법추심 행위(13.9%)가 그 뒤를 이었다. 현행 규정 상 대출중개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불법이며, 채권추심자가 반복적으로 전화 또는 주거지를 방문하거나 가족 등 제3자에게 채무사실을 알리고 변제를 요구하는 경우,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추심은 불법에 해당한다.

불법사금융 이용자 상당수는 고리의 이자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이들이 높은 이자(37.7%)를 감당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사금융업자의 연락을 피하면서 지내고 있다(18.8%)는 답변은 그 뒤를 이었다. 부모 등 가족과 지인의 도움, 혹은 정부 정책대출 등을 통해 해결했다는 답변은 각각 17.2%, 12.3%를 기록했다. 금감원 등에 신고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전년(1.7%) 대비 소폭 늘어난 3.2%로 파악됐다.

불법사금융 이용은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6.7%)은 불법사금융 이용으로 가족 간 불신이 커져 가족관계에도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부부 간 다툼(21.8%)이 잦아지고 가족 가운데 가출(7.7%)이나 자살(3.8%)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는 답변도 뒤를 이었다. 반대로 불법사금융 이용이 가족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일부 응답자들의 경우 대체로 신용등급이 좋고 직업이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자 등을 잘 갚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작년 불법사금융 신고·상담건수 전년비 25% 증가···서민

이러한 불법사금융 이용은 최근 금감원에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신고·상담건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9238건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증가세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대출 규제 탓에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도 서민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범죄 증가에 따라 불법사금융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정부의 국정운영 설계도로 불리는 인수위 '110대 국정과제'에도 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자본시장 교란사범과 가상자산 관련 사범 엄단, 범죄수익 철저 환수와 함께 불법사금융 등에 대한 법집행과 피해자 지원 강화 기조가 명시돼 있다. 정부는 실제 불법사금융 합동 단속을 위해 금융감독원과 논의를 진행해 이르면 내년부터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범죄에 대응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큰 틀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채무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선 대출이 필요한 경우 이용 가능한 정책서민금융상품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대출 상담을 받을 시 해당 업체가 금융당국 등에 등록된 대부업자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이자율이 법정최고금리를 초과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선이자 명목으로 대출할 때 공제하는 금액 또한 원금에서 빼고 이자율을 계산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에 대해 '채무자 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대부업자로부터 불법 추심 피해를 받거나 법정 최고 금리 초과 대출을 받은 피해자가 채무자 대리인 무료 지원을 받도록 한 서비스다. 피해자는 금감원이나 불법사금융신고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채무자 대리 및 소송 등을 지원해준다.

한편 전문가들은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근본 해결책으로 불법사금융 업체에 대한 처벌수위 강화, 제도권 금융기관과 불법사금융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소비자 대상 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연령이 높고 소득원이 불확실하고 신용이 나쁜 취약계층일수록 불법사금융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최근에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저신용·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사금융도 성행하고 있다"면서 "불법사금융 업체에 대한 형사처벌 기준을 상향하고 이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