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 잔액 돌려받을 수 있다
2022-06-27 10:30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A씨가 금융감독원(금감원)을 상대로 낸 소멸채권 환급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금감원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의 지급을 정지한 뒤, 계좌주가 돈을 찾아갈 수 없도록 채권을 소멸시킨다. 이 경우 계좌주가 본인 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돈을 환급해 주는데,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사실을 계좌주가 알았을 땐 환급마저 거부한다.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은행 직원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보낸 서민 생활 자금 대출 관련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이에 속아 자신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체크카드 정보 등을 넘겼다.
A씨의 계좌는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돼 다른 피해자 B씨의 돈 3000여만원을 입금 받는 용도로 사용됐다. A씨는 자신이 부동산을 팔면서 받은 계약금 2500만원을 이 계좌에 넣어두기도 했다.
이후 계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A씨는 은행에 지급정지 및 피해구제를 신청했고, 은행은 해당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처를 했다. 금융감독원에 채권소멸 절차 개시요청도 했다.
지급정지 당시 계좌 잔액은 2900만원 뿐이었다. A씨가 받아 이체해 둔 계약금 일부와 B씨의 피해 금액은 이미 사기범이 찾아간 뒤였다.
A씨는 채권소멸 절차 개시에 이의제기했지만, ‘피해자금(B씨가 입금한 돈)과 A씨의 자금이 섞여 있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계좌 잔액은 결국 B씨에게 돌아갔다. 이에 A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사실을 A씨가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알지 못한 것이 A씨의 ‘중대한 과실’도 아니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보이스피싱 이용 계좌라는 것을 알았다면 A씨가 부동산 계약금을 해당 계좌에 입금했을 리 없고, 사기범이 은행 직원을 가장해 접근했을 때 실제 직원인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중대 과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한편 지난 23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정부는 지난 21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합수단은 다음 달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되며 검찰에선 합수단장 등 20명 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