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상품권' 투자, 원금도 보장"..100억원대 사기 의혹

2022-06-22 15:21

'SK 상품권'을 낮은 가격으로 구입한 뒤 유통·판매해 수익금을 얻게 해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투자회사가 사기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회사는 계약 당시 '원금 보장'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일부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원금조차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게 의혹의 주요 내용이다. 

상품권 판매업체 D사는 상품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며 지난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아주경제가 22일 확보한 D사 투자자들의 투자약정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D사에 투자된 액수는 확인된 것만 23억2500만원에 달한다. D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확인된 액수를 포함해 투자 총액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투자자들은 계약 당시 D사가 투자자들에게 총 3개월 위탁(계약) 기간 동안 최대 40%까지 수익을 낼 수 있으며, 계약 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보장한다고 약속했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자들은 "(D사 관계자들이) SK상품권 유통 등에 투자하면 20~40%에 이르는 판매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고, 원금은 100% 안전하게 보장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 등 투자자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억5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위탁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수익금과 원금 대부분을 받지 못했다.

 

아주경제가 확보한 D사의 투자약정서[사진=김태현 기자]



본지가 확보한 D사 '투자약정서'에는 "구매한 상품권을 투자자는 D사에 위탁하고, 위탁기간(3개월) 동안 익주 또는 익월부터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 "위탁기간 종료 후 구매대금 상환일을 10일 이상 지체하거나 매월 약정한 위탁판매 수익금을 10일 이상 지체한 경우 기한이익을 상실해 구매대금 전부의 상환을 투자자는 청구할 수 있고, D사는 청구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도 기재돼 있다. 

그러나 D사는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은커녕 원금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계약 초기 D사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기도 했지만 계약이 끝난 현재까지 수익금과 투자금은 반환되지 않고 있다. A씨는 D사에 10억5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약정서에 '원금 보장' 문구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이 안 팔리면 원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저축성 예금이라든지 보험상품 등은 원금을 보장할 수 있는데 투자 상품은 다른 담보를 잡아두지 않는 이상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문구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수신 행위는 비제도권 금융업체들이 인가·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일정 기간 장래에 원금 반환과 수익금 등을 초과 지급할 것을 확정적으로 의사표시함으로써 상대망을 기망해 자금을 편취하는 행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신업은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허가를 받지 않고 상품권 투자를 통한 수익을 약속했다면 유사수신 행위 위반이 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D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기기, 상품권 기타 통신판매업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D사 홈페이지에는 '매장에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지류 상품권 구매 및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 상품권 입점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SK상품권을 비롯해 AK플라자 상품권, 신세계 상품권, 서울시와 경기도 지역 화폐 등이 예시로 올라 있다.

그러나 해당 홈페이지에서 거론되는 기업·지자체 등은 D사와 계약을 하거나 논의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SK관계자는 "SK에너지는 직영과 대리점에만 상품권을 판매한다. D사란 곳과 단 한 번도 대규모 상품권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D사라는 업체와 거래하고 있지도,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법적으로 판매 권한이 있는 대행 업체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신한카드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투자처가 어딘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석 변호사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와 관련한 중요한 부분에 대해 함구하고 설명을 안 하는 것도 사기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D사 관계자들은 사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D사 관계자는 아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거래명세서를 받는다"며 "SK에너지 지사에서 물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사정이 있어 원금이 돌아가지 않았다"며 "그분들과 이야기가 돼 (투자자들에게 약정금을 지불하기로 하고) 진행하는 과정인데, 일부 투자자들과 문제가 없었으면 3개월 안에 해결이 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명간 고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