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블라인드] NFT 때문에...금융당국 호출 받은 카드사
2022-06-22 11:00
현대카드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국내 전업 카드사 중에는 유일한 ‘나홀로 면담’이다. 원인은 요근래 가시화한 NFT(대체불가능토큰) 신사업 진출 움직임이다. 앞서 금융위는 각 카드사 실무자들을 불러 NFT 사업 진출에 신중을 기하고 당분간 보류할 것으로 요구했지만, 현대카드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치고 나갔다. 프로그래밍 교육 창업 초기기업인 ‘멋쟁이사자처럼’과 협약을 맺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뒤 올 하반기 NFT 거래소와 월렛 서비스를 선보이겠단 계획을 제시했다. 당국과의 추가 면담 이후, 현대카드의 NFT 관련 태도는 유보적으로 돌아섰다.
다른 카드사들 역시 금융위 호출 이후 NFT 진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NFT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나카드가 대표적이다. 앞서 클레이튼 체인 기반 NFT 프로젝트 'LAMC' 관련 민팅(발행) 일정을 구체화했지만, 돌연 연기했다. 세부 분배 방식까지 결정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한 셈이다. 이는 나만의 미술관을 만들어 미술품을 소장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NFT 사업이다. 이 공간에 작품 수가 많아질수록 희소성이 높아져 소유만으로도 자산 가치 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개념이었다.
나머지 카드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경우, '마이NFT'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사업적으로 발전시키지는 않고 있다. 단순 발급 및 조회 기능만 제공한다. KB국민카드와 BC카드 역시 올 초까지 NFT 관련 행보를 적극적으로 펼쳤으나, 현재는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투자자들을 보호할 만한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NFT와 관련해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준법감시 체계 등을 제대로 갖춘 회사는 극히 드물다. 변동성 및 보안 중요성이 상당히 강조되는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개화기에는 진입하기는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기 유형도 다양하다. 이미지를 교묘하게 바꿔 진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가짜 제품 수가 상당하고, 가짜 거래소 사이트를 만들어서 속이는 경우도 있다. 자체 거래 활성화를 통해 작품 가치를 올려 고가에 판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내부자 거래와 해킹 사건도 연이어 터지며 투자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달 초에는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 직원이 특정 NFT가 게재되기 전에 해당 NFT를 사들였다가 되팔아 2∼5배의 시세차익을 챙긴 사건이 발생했다. 이용자가 전자지갑을 해킹당해 10만 달러 상당의 NFT 작품을 탈취당하기도 했다.
글로벌 NFT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사이트 ‘더블록’에 따르면 글로벌 NFT 시장의 지난달 거래액은 40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올해 1월(165억 7000만 달러)에 비해 76%나 쪼그라들었다. 인기 컬렉션들의 가격도 하락세다. 앞서 언급했던 ‘크립토펑크’의 바닥가(NFT 컬렉션 가운데 최저가)는 한 달 전(9만9940달러)에 비해 38.61%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상화폐와 NFT의 하락세가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NFT 판매는 현재 죽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역시 가상화폐와 NFT는 '더 큰 바보 이론'에 기반을 뒀다고 비판했다. 이 말은 즉, 투자자들이 실제 가치와 무관하게 누군가가 나보다 더 큰 돈을 들여 자산을 사줄 거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매수에 나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