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中반도체 굴기 속도 올렸나...중국 기업 '약진'

2022-06-21 11:12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中기업 매출 성장 가팔라
코로나 봉쇄 조치도 '자급자족' 속도 부추겨

[사진=SMIC 누리집 갈무리]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우뚝섬) 속도를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견제에 맞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육성에 주력하면서 오히려 성장이 빨라졌다는 주장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중국 대표 무인감시카메라 제조사 하이캉웨이스(海康威視·하이크비전) 등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 각종 제재를 했지만, 미국 제재가 오히려 중국이 자국 기업을 더 빨리 키우는 원동력이 돼 성장세를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실제 블룸버그가 최근 4개 분기 세계 반도체기업의 평균 매출 성장세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개 중 19개가 중국 기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이 8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구체적으로 최근 4개 분기 기간 다수의 중국 반도체 기업이 세계의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성장폭이 컸던 기업은 중국 쑤저우궈신(蘇州國芯·C*Core)이라고 블룸버그가 짚었다. 쑤저우궈신은 최근 4개 분기 만에 매출이 3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업체 한우지(寒武紀· Cambricon), 통신용 칩 제조업체 촹후이커지(創耀科技·Triductor)가 각각 144%, 136%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전자설계자동화(EDA)툴업체 가이룬전자(概倫電子, Primarius), 무선주파수(RF)칩 제조업체 전레이커지(臻鐳科技·Greatmicrowave) 등이 이름을 올렸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들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반도체 업체 TSMC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처럼 몇 배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성장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5500억 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모닝스타의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로 중국 내부에서 '자급자족'하는 움직임이 커졌다"며 봉쇄 기간 중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해왔던 중국 고객들이 원활한 사업 운용을 위해 대체제를 자국 내에서 공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중국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해 인기 있는 특정 제품의 경우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나갈 정도였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중국 반도체 제조사의 입지는 계속 넓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자동차, 가전제품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업종을 상대로 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운 중국 당국은 외국산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 구축하기 위해 현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추진 중인 '작은 거인(小巨人) 육성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중국 당국은 미·중 무역갈등을 계기로 기술 자립을 위해 이른바 '작은 거인 육성'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작은 거인이란 작지만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을 말한다. 

작은 거인은 최근 중국 경제의 최대 화두다. 중국 정부는 최근에도 '우수중소기업 육성관리 방법'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1만개 전정특신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전정특신은 전문성(專), 정밀성(精), 특별함(特), 참신함(新)을 가진 강소기업이란 뜻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 분야에서도 고속 성장 중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중국이 2020~2021년에 총 483억 달러(약 62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장비를 사들이며 2년 연속 전 세계에서 1위 구매국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