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상공인 사각지대 없게" 약속 어디로

2022-06-16 13:57

소상공인연합이 지난 9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손실보전금 지급 기준 확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손실보전금 지급기준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는 명백히 다르다.”
 
얼마 전 집회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다. 생업에 바쁜 이들이 가게를 비우고 거리로 뛰쳐나온 건 손실보전금 사각지대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매출 비교 구간과 폐업 기준일 등 정부가 지정한 기준으로 인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물론 정부로서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무분별한 지급을 막기 위해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손실보전금의 목적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의 피해 회복에 있는 만큼, 손실을 입은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기준을 잡은 것이다. 매출 감소가 확인돼 손실보전금을 받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가뭄에 단비가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 자체가 윤 대통령의 공약과는 배치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방역지원금(현 손실보전금) 600만원 ‘일괄 지급’을 약속했다. 이는 손실보상 공약경쟁이 가열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미 당시에도 포퓰리즘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몫이다. 기대했던 손실보전금을 받지 못한 상실감은 물론, 밀린 임대료와 대출 이자 등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마저 날아든다. ‘온전한 손실보상’이 윤 대통령의 1호 공약임에도, 언제까지 지원을 바라느냐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집회 현장에 나온 한 소상공인은 “국민들의 머리 속엔 자영업자들이 ‘공돈이나 바라는 파렴치’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어느 정치인은 600만원을 받으면 소고기 잔치한다고 하는데 정작 빚잔치를 막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라며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심성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손실보전금 신청이 시작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 댓글로 “사각지대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틀 만에 “현재로서는 손실보전금을 계획대로 지급하는 게 우선”이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잠시나마 기대를 품었던 소상공인들은 또다시 허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하반기에는 2022년 1분기 손실보상 본지급도 시작된다. 윤 대통령이 공약한 손실보상 소급적용 역시 이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곳곳에서 ‘공약 파기’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들 앞에서 한 약속을 곱씹어본다.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정책으로 (소상공인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소상공인과 언제나 소통하고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