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더 못참겠다" 증시 떠나는 개미들…예탁금 최대 20조 감소

2022-06-06 16:10
"금리 상승·자산가격 하락에 증시 활기 잃어"

 

변동성 장세를 버티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르게 이탈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예탁금이 소폭 회복하기도 했으나 5월 말에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증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일 기준 61조6321억원으로 60조원을 회복했다. 60조원 회복은 지난 5월 17일(60조5076억원)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65조8254억원) 대비로는 6.37%(4조1932억원)가 감소한 수치다.
 
전날인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투자자예탁금 잔고는 57조5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으로 시중 자금이 이탈했던 1월 19일(53조8056억원)과 20일(54조200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작년 5월 3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 환불금 효과 등에 힘입어 기록한 역대 최고치 77조9018억원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20조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초부터 대형 공모주 청약일을 제외하면 60조원대 이상을 줄곧 유지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하순 50조원 후반대까지 밀려났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을 말한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난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투자자예탁금은 2019년 말 27조3933억원에서 1년 만인 2020년 말 65조5227억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경기둔화를 우려하며 시중에 자금을 풀었고, 이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나서며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에 나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봉쇄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올해 들어 지루한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리가 인상되면서 투자자들 자금의 상당수가 은행과 같은 안정적인 투자처로 이동했고, 성장주가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으로 급락한 점도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성장주의 경우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종목을 말한다. 그만큼 추가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이 커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에 개인 주식 매수 금액과 증시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16조570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순매수 금액 50조2818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개인들의 투자열기는 거래대금 감소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을 포함한 국내 주식시장의 평균 일일 거래대금은 올해 1월 20조6542억원에서 5월 16조8689억원으로 감소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상승과 전반적인 자산 가격 하락 영향에 증시가 활기를 잃었다”며 “거래대금 감소와 동시에 고객예탁금 유출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랠리의 주축이었던 개인의 매수 강도가 매수거래의 7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60% 초반대로 약화됐다”면서 “모멘텀을 추종하는 개인의 성향을 고려하면 순환적 반등 국면에서 개인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