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부터 은행 예대금리차 한눈에 비교…실효성엔 여전히 '물음표'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4분기부터 매달 개별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시 강화 조치가 차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올해 안으로 은행별 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를 매달 공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는 대출자 개인신용평점을 20개 세부 구간으로 나눠 평균 대출금리와 함께 예대금리차를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며, 향후 시스템 개편 등 작업을 거친 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은행권 예대마진 확대에 따른 '이자장사' 비판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련됐다. 실제 최근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총대출금리와 총수신금리 차(잔액기준)는 2.35%포인트로 전월 대비 3bp(1bp=0.01%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2018년 6월(2.35%포인트)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 폭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 움직임 속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출금리는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예금금리 인상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른바 은행권 '폭리'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부터 은행의 부당한 예대금리차 산정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제도 개선에 돌입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예대금리차 확대가 금융소비자 부담과 금융회사의 과도한 이익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들어 대선 공약으로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은행권 공시 강화 조치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은행들이 개인 신용점수에 더해 개별 은행과 거래한 실적 등이 반영된 자체 '내부신용평가시스템(CSS)'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고 있는 만큼 신용평가사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평균 금리를 공개·확인하는 것만으로 차주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번 조치가 획일적인 기준에 따른 은행권 줄세우기에 그쳐 이른바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시 강화를 통해 금융소비자 권리를 제고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불필요한 시장 질서 왜곡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고신용자를 주로 취급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상대적 고금리대출인 중신용대출을 적극 취급하는 인터넷은행으로서는 수치상 비교가 불리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권리 강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당장 인터넷은행은 분기별 목표치를 부여받아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이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비교 공시가 이뤄지면 아무래도 해당 상품 취급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금융회사 자율성 보장과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새 정부 국정철학과도 배치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