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로 밀려난 세입자] "아파트는 도저히 감당 안 되네"…전셋값 급등에 빌라·외곽으로

2022-05-25 18:00
전셋값 오르고 이자부담 커져…서민 주거 비용 증가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빌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어요. 투자 목적이 아니라 실제 거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빌라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B씨).

#. 임대차법 덕분에 아파트에서 전세로 4년 잘살았는데 걱정이 큽니다. 집주인이 8월 이후 전세 가격을 올려 달라고 할 텐데 수천만원 이상 감당할 형편이 안 되거든요. 남양주, 의정부 등 서울 외곽으로 벗어나야 될 것 같아요(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A씨).
 
빌라(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 경기도 등 서울 외곽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많다.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한 주거비용 증가가 해당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1년(2021년 5월~2022년 4월)간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4억9347만원에서 6억3252만원으로 28%가량 올랐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집계방식이 바뀌면서 가격이 크게 변화한 측면도 있지만, 전셋값이 단기간 크게 올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민간통계에서도 이런 부분은 확인된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20년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국 대부분의 시·도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20%포인트(p) 넘게 상승했다.
 
경기지역이 32.98%p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인천(32.77%p) △충북(30.64%p) △대전(28.29%p) △경남(26.69%p) △서울(26.66%p)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R114 측은 향후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8월부터 임차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급등한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으로 임차인들이 아파트 대신 빌라로, 혹은 외곽지역으로 쫓겨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 빌라 평균 월세 가격은 62만6000원으로 지난해 5월 56만원과 비교했을 때 11.8% 늘었고 평균 월세 보증금도 같은 기간 4636만원에서 5740만원으로 23.8% 올랐다. 게다가 빌라 평균 전셋값은 1억8428만원에서 2억4554만원으로 33% 오르며 상승 폭이 컸다. 그럼에도 아파트보다는 여전히 훨씬 저렴하다.
 
경기도 아파트를 매수하는 서울 시민도 많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경기도 아파트 거래(매매·증여·분양권 전매·소유권 이전 등 포함)건수는 32만7992건으로 이 중 서울 거주자 거래건수는 전체의 17.34%(5만6877건)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17.45%)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간 경기도 아파트 거래 중 서울 거주자 비율은 2018년 14.73%, 2019년 14.02%를 기록하다가 2020년 15.25%, 지난해 17.34%로 올랐다. 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률이 2019년 8.6%에서 2020년 19.17%, 2021년 13.21%로 급등한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해 서울을 떠난 10명 중 6명은 경기도로 전입했다. 통계청의 지역별 전출·입자 이동자 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한 해 동안 56만7366명이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는데 이 중 36만2116명인 약 64%가 경기도로 전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주거 비용 부담이 심화하며 주거 조건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비가 저렴한 빌라로 넘어가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서울 외곽, 혹은 경기도로 이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도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으로 주거비가 오르고 있다"며 "서울 아파트 전세에서 빌라 전세로 넘어가거나, 경기도 아파트를 매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주택을 늘려야 주거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등록임대 등 제도를 다시 도입해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공급을 제고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