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공시가 하락에...올해도 전세보증 사고 급증 우려

2024-03-27 17:30
최근 3개월 보증 사고액 1조3100억...만기 도래로 올해 사고건수도 반등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도 연립·다세대 등 빌라를 중심으로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전세보증 사고금액)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매가격이 하락한 빌라 주택 대다수의 공시가격도 동반 하락하며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전세 상황에서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지급 여력이 올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2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최근 3개월의 전세보증 사고액은 1조310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월별 사고액은 지난해 11월 4091억원을 기록한 후, 12월 3690억원에서 1월에는 2927억원까지 줄었지만 지난달 6490억원으로 급증했다. 2월 사고액은 202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올해 1월과 2월 보증사고 누적액은 지난해 총 보증사고 금액의 22%인 9417억원에 달한다.
 
전체 보증사고 건수도 지난달 다시 반등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보증사고는 1650건에서 1월 1300건대로 내려앉은 후 2월에 다시 3000건을 넘기며 1개월 만에 82.4%나 늘었다. 보증사고 건수도 역대 최대치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해 8월 2266건이었다. 최근 3개월 보증사고 건수도 5993건으로, 이 중 4837건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올해 전세 보증사고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세가격이 최고를 찍은 후 2년 만에 계약 기간이 다시 도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빌라의 공시가격 하락으로 역전세 가능성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2년 통계 집계 후 월별 종합주택의 평균 전세가격은 2021년 12월 2억5544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고점을 찍은 후 본격적인 전세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기존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통계로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지난해보다 평균 1.5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공시가는 시세를 기준으로 한 매매 가격에 현실화율을 곱한 값을 토대로 책정된다. 단독·다세대 등 빌라의 경우 매매가격이 지난해 지속 하락한 만큼 공시가격 하락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월 2억120만원에서 지난해 12월에는 1억9735만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그간 하락 폭이 비교적 완만했던 서울도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3억4521만원에서 3억4004만원으로 하락 폭이 확대됐다.
 
빌라 공시가격이 올해 하락하면서 임대인들의 전세보증금 반환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재 전세 보증보험 한도 기준은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임차인의 경우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전세 보증한도 수준에서 전세보증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은 최대치에 가까운 상황인데 반해, 공시가 하락 여파로 올해 새로 유입되는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 규모는 더욱 줄어들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올해도 역전세난 재현으로 전세보증 사고액이 증가 추이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의 빌라 임대차 시장 상황과 통계를 보면 올해도 전세 사고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시가격 하락으로 역전세난 가능성이 커지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 여력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