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정치직설] 바이든 변수가 결정할 6·1 지방선거

2022-05-24 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사진=인사이트케이 제공]


‘바이든 블랙홀 현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2박 3일 동안 모든 뉴스의 중심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면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일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 착륙하자마자 DMZ(비무장지대)가 아닌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규모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영접했고 반도체 생산 시설을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꼼꼼히 둘러보았다. 방한한 첫날 일정만 놓고 보면 한·미 관계의 최우선 과제인 ‘북한’과 ‘안보’는 밀리고 ‘기술’과 ‘반도체’가 전면에 등장했다. 방한 둘째 날에 바이든 대통령은 국립 현충원을 방문해 추모의 예의를 표시했고 낮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어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찬을 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안보 동맹에서 기술 동맹으로 확대되었다는 의미 부여도 중요하고 중국을 경제적으로 견제하는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적극적으로 한국이 참여한다는 사실 또한 주목받을 만한 내용이다. 그렇지만 더 주목받는 현상은 바로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자마자 모든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을 취재하기에 여념이 없고 용산 집무실 내부까지 속속들이 공개되면서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방선거 이상이다. 지난 19일부터 지방선거 공식 운동이 시작되었지만 판세를 주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점인 첫 번째 주말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선거는 관심과 참여의 이벤트다. 온갖 관심과 흥미가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 쪽으로 가 있다면 그만큼 난감해지는 정치세력은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다. 지난 2018년과 정반대 현상이다. 4년 전 지방선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무대였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같은 해 2월의 평창 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한 화해 국면은 4월의 판문점 정상회담을 거쳐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지지율에 달려있다고 하는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긍정 지지율은 70%를 넘나들 정도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수준을 뛰어 넘어 절대적인 수준이다. 첫째로 ‘미국에 대한 존재감 부각’이다. 지난 수 년 동안 주변국의 외교 안보적 이미지 인식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과 관계는 신통치 않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와 집중도는 더욱 커진 상태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11일 공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미국과 관계 강화’라는 의견이 75%로 압도적이었고 ‘중국과 관계 강화’는 고작 12.9%에 그쳤다. 지방선거에 미치는 두 번째 영향은 ‘윤석열 대통령 호감도 상승’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전까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0%안팎으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그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과 ‘내각 후보자 의혹’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용산 집무실 곳곳이 공개되면서 비호감보다 호감정서가 늘어나게 될 수 있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바이든 방한 첫날 인준 통과되었다. 역대 대통령을 보더라도 임기 초반 해외 순방이나 정상회담은 지지율 상승의 디딤돌이 되었다. 지방선거에 미치는 세 번째 영향은 ‘보수 진영의 결집 강화’로 이어진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으로 기술 협력 이슈가 강조될 뿐만 아니라 대북 안보 강화는 더욱 강조되는 셈이다. 보수층이 투표하는 데 있어 가장 절실한 기준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지방선거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