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약발 다했나···일주일 만에 다시 고개 쳐든 기름값

2022-05-17 05:05
휘발유 1956.54원으로 24.68원 상승
경유 가격은 열흘 만에 62.76원으로 급등
업계 "인하 효과 나타나려면 시간 필요"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했지만 오히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유소에서는 국제유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국제유가에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주유소 기름값만 올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다소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은 최근 열흘 동안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실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말까지 리터(ℓ)당 1975.16원으로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이달 1일부터 하락세가 시작돼 6일 1931.86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7일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돼 지난 15일 1956.54원으로 일주일여 만에 24.68원(1.28%) 급등했다.

경유 가격은 더욱 급등했다. 지난달 말 ℓ당 1920.97원을 기록하던 경유 가격은 이달 3일 1903.88원으로 다소 하락했으나 4일부터 상승세로 전환돼 지난 15일 1966.64원으로 열흘 만에 62.76원(3.3%) 급등했다. 지난 11일부터는 2008년 6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상태다.

이는 유류세 인화 효과가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석유제품에 적용되는 유류세를 기존 20%에서 30%로 확대 적용했다.

이에 따라 정부 등은 ℓ당 휘발유는 83원, 경유는 58원 정도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유류세 인하 효과는 이달 초 반짝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으나 이내 유가 급등세에 힘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이에 대해 주유소 등에서는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국제유가가 큰 등락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설명이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3월 초부터 현재까지 국제유가는 큰 등락 없이 평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98.48달러를 기록하던 지난달 11일 정유사가 국내에 유통되는 원유 대부분을 매입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기름값 고공 행진이 설명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달 11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0~110달러에 형성됐다.

이에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상당수 주유소들이 휘발유·경유 가격을 의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나온다. 올해 초부터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주유소 등이 상대적으로 기름값을 다소 높게 책정하기가 손쉬워졌다는 시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 유류세 인하 효과 등이 시장에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국제유가 안정과 유류세 인하 효과 등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효과 등은 실제 시장에 반영될 때까지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며 "다만 앞으로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실상 미미했던 것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