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자연의 순환 담은 심문섭 작가 개인전 '물에서 물로'

2022-05-13 06:00
6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

The presentation-To the Island, 2020 [사진=가나아트]


자연의 순환을 담은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가나아트는 규범화된 장르의 틀을 넘어 끝없는 가능성의 세계를 모색하는 심문섭 작가의 개인전 ‘물物에서 물水로’를 오는 6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심 작가가 최근 정진하고 있는 회화 작업뿐 아니라 활동 초기부터 반복적으로 다루어 온 테라코타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심 작가는 1970년대부터 전통 조각 개념에 반발하는 반(反)조각을 주창하며 전위적인 작업을 펼쳤다.
 
그는 하나의 대상을 창조하는 데 목표를 두는 대상주의적 조각을 거부하고 나무, 돌, 흙, 철 따위의 재료를 날 것으로 제시하거나, 작품을 좌대에 올리는 대신 벽에 기대고 바닥에 눕히는 등의 실험을 선보였다.
 
가나아트는 “심문섭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재료 본연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고 돌이 흙이 되고, 다시 흙이 철이 되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함으로써 물질 간의 순환을 나타내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심 작가는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 ‘현전(Opening Up)’을 출품해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그는 마포로 팽팽하게 맨 캔버스의 표면을 거친 사포로 문질러 천이 가진 본질적인 물질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캔버스의 헤지고 낡은 느낌을 의도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물질에 내재한 시간을 가시화했다.
 
이런 작업 방식은 회화 작업에서도 이어진다. 심 작가는 2000년대에 들어 회화 및 사진을 선보였다.
 
그는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작가의 의도를 배제하는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캔버스에 유성물감으로 밑칠을 한 후에 그 위에 수성 물감으로 붓질을 반복하는 작업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두 재료는 물성의 차이로 인해 서로 밀어내기도, 뒤섞이기도 하며, 그 양상은 예측할 수 없다. 심 작가는 이렇듯 작가가 통제할 수 없는 작업 방식을 통해 물질 본연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도, 두 물질 간의 순환,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질서를 추구한다.

심 작가는 이러한 회화 작업에 ‘제시(The Presentat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앞서 언급한 조각 작업, ‘현전’과 마찬가지로 시간성을 드러내 보인다는 의미가 있다.
 
가나아트는 “통영 출생인 심 작가의 회화에 담긴 연속적인 붓자국은 그 시작점과 끝을 알 수 없으며 무한히 순환하는 듯하다. 이는 밀려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는 파도와 닮았다”라고 설명했다.
 
심 작가는 “나는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퍼덕이는 생동감으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의미의 흐름을 담아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심문섭 작가 [사진=가나아트]


1943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한 심 작가는 서울대 조소학과에서 수학했으며, 1985년부터 중앙대 예술대학에 약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심 작가는 196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의 수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조각은 물론 다양한 매체와 형식의 작업을 시도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파리, 도쿄, 베이징 등에서 총 3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파리 팔레 루아얄(Palais Royale) 정원에서 열리는 전시에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초대되며 다니엘 뷔랑, 니키드 생팔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한 1971년부터 파리 비엔날레에 3회 연속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상파울로 비엔날레(1975년), 시드니 비엔날레(1976년), 베니스 비엔날레(1995년, 2001년) 등의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으며, 1981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 2회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200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슈발리에 훈장을 받는 등 해외 각국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