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조원대 美 5G 장비 수주 잭팟…막후에 이재용 '북한산 작전' 있었다

2022-05-04 00:15
작년 한국 찾은 디시 네트워크 회장과 단둘이 산행하며 신뢰 쌓아...협상 급진전

삼성전자가 미국 내 4위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의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번에 수주한 디시 네크워크의 5G 장비 계약 규모는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전자가 미국 내 5G 통신장비를 공급한 계약 사례 중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삼성전자는 2020년 9월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 통신 장비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번 수주가 성사되기까지 막후에서 이 부회장의 역량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5G 네트워크 장비 영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통신장비 사업 특성상 계약 규모가 크고, 장기간 계약이 대부분인 데다 주요 기간망인 사회 인프라 성격을 띠고 있어 계약 당사자간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이번 5G 통신장비 공급계약 협상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그런 신뢰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데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찰리 어건 디시 네크워크 회장 [사진=삼성전자]

특히 이 부회장은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어건 회장을 직접 만나, 오랜 시간 산행을 하며 협상을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았던 어건 회장은 당초 월요일에 이 부회장과 짧은 비즈니스 미팅을 약속했으나, 하루 전인 일요일에 이 부회장이 등산이 취미인 어건 회장에게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했다.

어건 회장이 본사가 위치한 콜로라도주의 해발 약 4300m 이상의 모든 봉우리를 올랐고 킬리만자로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등 세계의 고산 지역을 등반할 정도로 전문가급 등산 애호가인 점을 노린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일요일 오전 직접 차량을 운전해 어건 회장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 그를 태우고 북한산까지 단둘이 이동했다. 당일 등산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5시간가량 수행원 없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일상의 이야기부터 삼성과 디시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두루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신뢰 관계가 쌓였고 이번 수주로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버라이즌과의 5G 장비 계약, 2021년 일본 NTT 도코모와의 통신장비 계약 당시에도 각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상에 가속도를 붙인 바 있다.

특히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는 오랜 시간 친분을 쌓아왔고,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때도 만나 둘이 어깨동무를 하며 활짝 웃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 자녀들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2018년 12월과 2019년 3월 인도를 잇달아 방문했다.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현재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 기지국을 쓰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뿐만 아니라 5G 시대 선도를 위한 전담 조직 구성,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등을 직접 진두지휘해왔다. 또한 5G 이후 차세대 통신 분야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0년 7월엔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서 통신과 백신 비슷하게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6G도 내부적으로 2년 전부터 팀을 둬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오는 13일,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함께 미래 기술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삼성 6G 포럼'도 처음 개최할 예정이다. 포럼은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The Next Hyper-Connected Experience for All) 시대 구현'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