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달한 서민 주거비 부담] '50주 연속 상승' 전셋값, 월세도 동반 상승···임차인도 애탄다

2024-05-06 18:33

서울 종로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 주거비 이자 부담이 한계까지 치닫고 있다. 서울 지역 전세 가격이 50주 연속 상승하면서 일부 아파트 전세 가격은 한 달여 만에 1억원가량 오른 사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를 받쳐줄 매물이 줄어들고 있고 월세 선호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한동안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임차인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4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7% 상승했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50주 연속 상승세가 유지됐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9일 11억원에 신규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앞서 같은 달 13일에 해당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가 10억원에 전세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약 3주 만에 1억원 상승한 것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도 지난달 22일 4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3월 4억원에 전세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5000만원이나 뛴 가격이다. 

50주간 오른 서울 전셋값은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지역 전세 매물은 2만9494건으로 석 달 전 3만4138건에 비해 13.7%나 감소했다. 서울 전세 매물이 2만건대로 떨어진 것은 2022년 7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부담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월 서울 10개 대학 인근 원룸(전용 33㎡ 이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와 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월세와 관리비가 각각 57만4000원과 7만2000원에 달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각각 11.6%와 19.3% 오른 수준이다. 

대학가뿐 아니라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 평균 월세는 72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평균 월세인 69만5000원보다 4.8% 상승한 수준이다.

이 같은 전월세 상승 흐름은 올해 지속적으로 이어져 세입자(임차인)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금리 인하가 늦춰지면서 기준금리 등 대부분 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신평사 등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늦추고, 인하 폭도 예상만큼 하향 조정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국내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동 지역 분쟁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와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채 금리도 높아져 전월세 대출 금리가 인상돼 향후 서민 주거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기가 V자 반등을 보인 반면 현재는 코로나19로 경제 기초체력이 3년간 약해진 상태에서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가까운 시기에 경기가 반등하기보다는 한동안 경기 악화 상태가 지속돼 서민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