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의 역습]허가제 비켜난 강남 '40억 아파트' 시대

2022-05-02 08:23

서울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토지거래허가제를 빗겨간 서울 강남권에서 잇따라 신고가 거래가 터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인근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서초구에서는 국민평형(전용 84㎡) 아파트 값이 6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제도 시행 약 2년 만에 '40억원 아파트' 시대가 강남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강남구에서는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 지역으로 분류된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압구정동(아파트지구 24개 단지), 송파구에서는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토지면적(지분 포함) 6㎡가 넘는 주택을 구입하려면 관할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매입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대출도 불가능하고, 갭투자도 막혀 신규 진입이 어렵다 보니 대체지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실제 토지거래허가제를 빗겨간 강남구 도곡동, 개포동 등과 서초구에서는 지난달부터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76㎡는 지난달 20일 58억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가(43억원, 2020년 6월)보다 15억원이나 올랐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전용 124㎡도 지난달 33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한 번에 14억원이나 수직 상승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스' 전용 131㎡는 지난 2월 59억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83㎡는 지난 3월 59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돼 직전 거래가(2021년 1월 50억원)보다 9억5000만원 상승했다. 같은 동 '미성2차' 전용 140㎡는 지난달 44억7000만원에 거래돼 4개월 만에(2021년 12월 41억원)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가 지난 3월 80억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4억원 올랐다. 같은 동 '삼풍아파트' 전용 165㎡는 지난달 42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2021년 4월)보다 8억원이나 상승했다. '반포자이' 전용 216㎡는 지난 3월 69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2021년 12월 59억5000만원)보다 9억5000만원 올랐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강남에서도 삼성동·청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개포동·도곡동 집값이 급등한 것은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남 지역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초구는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도곡동은 대치동 학군·학원 수요를 흡수하면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강남에서도 전용 84㎡ 기준 '30억 클럽' 아파트는 아주 일부였는데 정부가 특정 지역에 대해 거래를 막으면서 도곡동이나 개포동 같은 데서도 30억원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초구 초고가 아파트 국민평형(전용 84㎡)은 이제 30억원을 넘어 '40억 클럽'에 육박한다. 아파트실거래가에 공개된 올해 서초구 거래액 상위 10권 아파트 평균 가격을 집계한 결과 37억6540만원으로 나타났다. 1위는 반포주공 전용 84㎡로 53억8000만원이었고, 10위는 래미안에스티지s로 29억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