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 소송·압류로 얼룩진 도시정비…인천서는 아파트 수십채 '통경매'

2024-12-22 15:42
인천 아파트 40채 강제경매…공사대금 미지급이 이유
서울 정비사업 '20%' 소송전…"중재 전문성 강화·추가 가이드라인 필요"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수도권에서도 원자재 가격 인상과 자금 경색으로 인해 공사 대금과 용역비 등을 회수하지 못한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소송과 압류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천에서는 시공사의 강제집행으로 조합이 소유한 아파트 수십 채가 무더기로 경매에 넘어가는 사례도 나왔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669가구 규모의 인천 계양구 서운동 '계양효성해링턴플레이스' 단지 내 매물 40여채가 최근 인천지방법원 경매계에 넘겨져 이 중 29가구는 오는 23일 매각기일이 잡혔다. 
 
해당 매물은 시공사인 효성중공업이 '서운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을 상대로 가압류를 걸어둔 아파트 물건이 강제집행(강제경매)에 넘겨진 것으로,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은 현재 조합을 상대로 추가 공사대금 등 약 80억원을 지급해 줄 것을 골자로 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원고인 시공사 측이 1심에서 승소했지만, 조합이 항소함에 따라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시공사가 1심 판결로 집행권원을 획득하면서 가집행 형태로 우선 강제경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 미처 소화되지 못해 공사 대금 지급이 어려워졌고, 물건 중 조합 명의 임대 및 보류지 아파트 물량에 대해 효성이 조합을 상대로 강제경매 신청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분양 시장이 침체되고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공사비 갈등으로 경매 위기에 처한 사업장도 수도권 내에 상당수다.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진주아파트'의 경우 지난 1월 브리지론 만기에도 변제가 어려워지자 채권자들이 조합에 경매절차 진행을 통보하면서 1200여 가구가 경매에 넘겨졌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르엘' 역시 올해 6월 조합이 공사비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일반 분양된 일부 가구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수도권 내 민간 정비사업도 최근 법적 갈등으로 줄줄이 멈춰 서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도권 전체 정비구역 554곳 중 소송 중인 구역은 103곳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419곳의 사업장 중 약 19%에 해당하는 81곳이 소송에 휘말려 있다. 민간 정비사업이 지연되며 2026년 이후 수도권의 공급 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분쟁 해결 수단인 전문 조정 기관의 부재로, 갈등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쟁 장기화가 결국 금융 부담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채무 상환 여건이 더욱 악화되면서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사건 1건당 위원회의 평균적인 사건 조정 기간은 약 550일로, 1년 반 가까이가 소요된다. 분쟁 해결 속도를 높이고,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건설 분쟁 조정을 국토부 산하 전문기관 등에 위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 건설산업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법제화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건설사 입장에서 상승 중인 인건비와 자재비를 상쇄할 수준의 마진을 얻기 어렵다 보니 결국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수도권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국토부와 서울시의 중재 역량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중재 기관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정비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