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작은 한 방' 있는 반도체 강소기업들

2022-04-30 06:00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비한 산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작지만 한 방이 있는 강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초격차 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차세대원전, 수소, 5G·6G)과 미래 전략기술(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AI·모빌리티, 사이버보안)을 국가전략기술 후보로 제시했다. 

이에 국내 기술 전문 기업들도 이번 신정부의 방향을 새로운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큐알티]

◆큐알티, 칩 개발 단계서 반도체 소프트 에러 테스트 가능 장비 개발

반도체 및 전자부품 신뢰성 분석 기업 큐알티는 세계 최초로 메모리, 시스템IC, 파워반도체, SSD와 같은 다품종 반도체의 소프트 에러 테스트가 가능한 장비를 개발 중이다. 해당 장비는 빠르면 2023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프트 에러’는 공기 중에서 내려오는 중성자, 양성자, 중이온과 같은 방사입자 등이 반도체 내부를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일시적 오류를 말한다. 안전이 중요한 자율주행차, 무인 드론 등에 초미세화 초고밀화된 첨단 반도체가 탑재되면서 최근 소프트 에러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큐알티는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 및 소부장 기업들과 함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소프트 에러 테스트 장비 상용화’를 위한 국책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차세대지능형 반도체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해당 장비가 상용화될 경우 외국에서 소프트 에러 테스트를 받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큐알티는 캐나다 트라이엄프(TRIUMF), 미국 랜스(LANSCE) 등과 같은 해외 표준 중성자 빔 시설과 공동연구를 진행, 선량 측정 표준화 장비로 채택을 준비하고 있다.

정성수 큐알티 CTO는 “소프트 에러는 국내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생태계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숙제 중 하나"라며 "높은 정확도와 정밀한 기술력을 갖춘 소프트 에러 테스트 장비를 완성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탠다드에너지, 화재 폭발 위험 없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로 두각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기업 스탠다드에너지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Vanadium Ion Battery, VIB)를 앞세워 이차전지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스탠다드에너지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물이 주성분인 전해액을 사용해 배터리가 파손되더라도 화재와 폭발의 위험이 거의 없다.

현재 전기차와 전기 추진선 등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전해액이 휘발성이 강한 성분으로 구성돼 외부의 충격과 파손으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 배터리는 출력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배 가까이 높고, 수명도 4배 이상 길어 반복적인 충전·방전에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 또한 소재 재활용이 가능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적으며,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시간이 10분의1 수준으로 짧아 적은 투자로도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가상 발전소, 가정 및 주거용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롯데케미칼이 스탠다드에너지에 650억원을 투자해 지분의 약 15%를 확보, 2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부터 바나듐, 아연흐름전지 등 ESS용 2차전지 소재를 연구해왔다. 2019년부터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용 전해액 사업을 준비해왔다. 양사는 전략적 시너지 확대는 물론 롯데그룹 및 롯데케미칼의 국내 외거점망을 활용한 전기차(EV) 충전소, UAM(도심항공교통) 및 재생에너지 활용 사업도 확대 검토할 계획이다.

◆토닥, 반도체 공정 응용 대량 생산 가능한 32채널 인공와우 전극 제조 공정 개발

토닥은 하이-덴시티(High-density) 전극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보다 더 많은 주파수 대역의 사운드 정보를 전달하는 세계 최초의 32채널 인공와우 시스템을 개발 설리번(SULLIVAN)을 개발했다. 설리번은 착용이 간편한 외이 착용형 미주신경 조절기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신경조절 및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해 사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토닥은 반도체 공정을 응용해 과거에는 손으로 붙였던 전극 배열을 레이저 패터닝을 통해 전극과 와이어를 동시에 한꺼번에 성형, 32개 채널까지 자동화를 통한 전극배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MP까지 받았다.

올해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토닥의 32채널 인공와우 설리번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토닥은 32채널 양산형 인공와우로 2021년도 세계 스타트업 창업가 대회(EWC, Entrepreneurship World Cup 2021)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