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내년 5월부터 중고차 사업 진출… 중기부 '1년 유예' 결론

2022-04-28 22:12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관한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1년 미뤄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년 5월부터 중고차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진출 관련 사업조정 신청 건에 대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중기부는 지난 1월 사업조정 신청 이후 2월부터 당사자간 자율조정(2차례)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율사업조정협의회(4차례)를 개최해 합의도출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사업시작 시점, 매입 중고차 범위 등을 두고 양 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이번 심의회를 개최했다.
 
심의회는 전문기관 2곳을 통해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신청인 및 피신청인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후 위원들간의 토론을 진행해 권고안을 도출‧의결했다. 이날 회의는 안건을 두고 위원들간 격론이 이어져 당초 예정된 시간 보다 2시간 40분 늦게 마무리됐다.
 
심의회가 의결한 사업조정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사업개시 시점을 내년 4월 30일까지 1년 연기한다. 다만 내년 1~4월 동안 각각 50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판매가 허용된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대수를 2년간 제한한다.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현대차는 2.9%, 기아는 2.1%까지 판매대수가 허용된다.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현대차가 4.1%, 기아 2.9%까지 허용된다.
 
판매대수 산출기준은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전등록 통계 자료의 직전년도 총거래대수, 즉 사업자거래(알선이전+매도이전)+당사자거래와 사업자거래 대수의 산술평균값으로 한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중고차 매입 요청시에만 매입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매입한 중고차 중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의뢰해야 한다.
 
이때 경매 참여자를 중소기업들로 제한하거나 현대차・기아가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중고차 경매사업자에게 경매의뢰하는 대수가 전체 경매의뢰 대수의 50%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이번 사업조정 권고는 오는 25년 4월 30일까지 3년간 적용되며 위반할 경우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진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 등이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해 해당 지역이나 업종의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중소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정부는 대기업에게 3년 이내에서 사업의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품목·시설·수량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지난 3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음에 따라 완성차업계를 포함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시장에서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판매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높아진 한편, 중소사업자 등 기존 중고차업계에서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이를 반영해 향후 사업조정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를 고려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국회 을지로위원회에서는 완성차업계의 진출에 대해 연도별 단계적 진입방안을 마련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입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기부는 이번 사업조정 권고에 중소기업들의 요구를 절충적으로 반영해 일부 유예기간 및 단계적 진입제한 조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공제조합 설립, 전산 고도화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고 중고차 매입물량 부족, 매입가격 상승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정적 영향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내년 5월부터 인증증고차 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제한적으로 조기 시범운영을 허용함으로써 소비자들도 내년 1월부터는 대기업의 인증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조정심의회 위원장을 맡은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그간의 오랜 논의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사업활동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중고차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안을 찾기 위해 위원들이 많은 고심을 했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중기부의 사업조정 권고를 수용하고 잘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소기업계에 대해서도 “심의회의 결과에 백퍼센트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3년이라는 사업조정 권고기간을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아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