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미국 국채시장 흔들까…환율 관련 미·일 공동대응 가능성도

2022-04-25 15:58

최근 엔화 가치 하락이 미국 국채시장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대비 엔화의 급락은 23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의 주요 매수 세력이다. 때문에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국채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초 은행, 보험사 등 일본 기관들이 회계연도 말을 앞두고 수백억 달러의 미국채를 매도에 나서면서 미국 국채의 가격을 크게 끌어내린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주가가 빠르게 회복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차대조표 축소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에 국채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일본 기관들의 미국 국채의 수요마저 감소한다면 국채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연준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국채 가격은 올해 들어서 가파르게 하락해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과 일본 양국 국채의 금리차는 여전히 크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9% 수준이며,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0.25%에 불과하다. 그러나 헤지 비용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추가 수익을 내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추정에 따르면 환율 변동 보호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계산에 넣을 경우 10년물 미국채와 일본 국채의 수익률 격차는 0.2%포인트에 그쳤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여전히 엔화가 더 떨어질 것이란 쪽의 베팅이 훨씬 더 많다. 엔화 매도 포지션은 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엔화 약세의 방향을 바꿔줄 촉매는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엔화 추락을 막기 위해 일본과 미국이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25일 아시아 시장에서 엔화의 급락세가 다소 진정됐다. 달러당 엔화의 가치는 25일 오후 3시 54분 기준으로 128.13엔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의 급등세는 진정된 모습이다. 시장은 지난주 일본 TBS방송이 보도했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의 회동에 주목하고 있다. TBS는 엔화 매수 개입에 대한 암묵적 협조가 이 자리에서 논의됐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PI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인스 파트너는 미국 측의 어조가 긍정적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