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금협상 하세월…노조 압박에 경계현 '소통 카드' 주목
2022-04-25 04:25
노사 5개월간 15차례 만남에도 임금협상 지지부진
노조,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 시위...유급휴가 최대 쟁점
노조,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 시위...유급휴가 최대 쟁점
삼성전자의 2021년도 임금협상이 반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의 '소통 경영'이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한 그룹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노사 갈등은 팽팽한 기 싸움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지난해부터 약 5개월간 15차례 이상 만나 2021년도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하진 못한 상태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을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 △정률 인상에서 정액 인상으로 전환 △포괄임금제·임금피크제 폐지 △휴식권 관련 유급휴일 5일, 회사 창립일 1일 유급화, 노조 창립일 1일 유급화(총 7일)를 요구하고 있다.
최대 화두는 유급휴가다. 사측은 노조의 7일 요구안에 유급휴일 3일 추가 절충안을 제시하고 추가되는 휴가는 노조 조합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의무연차 15일을 소진한 뒤 사용할 수 있되 연내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자 노조는 사측의 제안을 내부 검토한 결과 '수용 불가'를 결정하고 지난 20일부터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 집회를 재개했다. 노조는 앞서 이달 13일부터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임금·복지교섭에 이 부회장이 나서달라며 집회를 시작했고, 집회 이틀 만인 지난 14일 사측이 유급휴가 3일 추가 절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노사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 18일이다. 특히 이날에는 경 사장이 직접 나서 노조를 설득했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간담회가 끝났다. 이후 사측은 2021년과 2022년 임금교섭을 병합해 요구사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으나 노조가 거부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경 사장이 특유의 소통 경영으로 노조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경 사장은 직전 회사인 삼성전기에서 매주 목요일 전 직원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썰톡'을 만들어, MZ세대(20·30대)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대하고 약속을 실천한 소통 리더십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새로 도입된 인사제도도 수평적인 조직문화 강화 및 유연성을 위해 경 사장이 운용했던 삼성전기의 인사제도가 기반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대표이사가 노조와의 테이블에 나섰는데 그만큼 경 사장이 직원들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좀 더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인다면 임금협상 타결이 5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미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상태라, 조합원 찬반 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 등의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파업이 발생한 적이 없다.
한편 4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 22일 사측에 연봉 시스템 설명회에서 인사기획 그룹장 A씨의 직위 해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 노사갈등을 키우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신규 연봉 시스템과 관련한 임직원 설명회에서 인사기획 그룹장 A씨는 임금 관련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덤빈다"고 표현했고, 노조가 이를 '갑질 폭언'이라며 문제 삼은 것이다.
임금교섭을 둘러싼 노사 갈등 상황에서 임원의 폭언 논란까지 나오자 사측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지속적인 폭언이 아니라 그 날 딱 한 번 그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해당 그룹장이 바로 현장에서 정정했는데 직위 해제 요구까지는 너무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