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호의 개념시선] 尹정부, 탄소중립법 제대로 시행해야 하는 이유

2022-04-25 06:00
지구 온도 0,5℃ 오르면 펜데믹이 일상화 된다

 

[장준호 경인교육대학교 윤리과학과 교수]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뿐이네요.” 이렇게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외쳤다. 그녀는 스웨덴 출신으로 그 당시 16살이었다. 2020년에는 <우리 집이 불타고 있어요(Our House is on Fire)>라는 책을 썼다. 모든 생명체가 불의 열기에 고통스러워하고 죽어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불을 꺼야 한다. 살아야 하니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2018년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 추세는 1.5℃에서 멈추어야 한다. 현재, 약 14.4℃인 지구 온도는 19세기 산업화 시대보다 1℃ 정도 상승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지구 온도가 1℃ 변하는 데 몇 천년이 걸리지만,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그 결과, 극지(Arctic)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진다. 사막에 눈이 내리고, 홍수와 가뭄이 교차하며, 혹한과 폭염이 빈번하다. 온난화가 계속되면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지구 온도는 0,5℃가 더 오를 것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으로 상승하면 생태계가 파괴되어 지구는 살기 힘든 곳이 되고 만다.
 
지구 공기의 99%는 질소(78%)와 산소(21%)로 구성되어 있다. 이산화탄소(CO₂)의 체적비는 겨우 0.03%이지만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온실 기체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일산화질소, 메탄, 프레온 가스, 육불화황 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높은 농도가 가장 큰 문제이다. 2022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413ppm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향후 450ppm이 되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시대 대비 2℃ 이상 올라가게 된다. 그에 따라 엄청난 자연재앙이 일어나고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더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거나 최소한 증가시켜서는 안된다. 그래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의 규범(norm)으로 채택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 “0”에 도달해야 한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흡수제거되는 감소량의 합을 0이 되는 넷제로(Net-Zero)로 유지하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2030년에서 2050년까지 지구적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면 지구온난화 추세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유지될 수 있고, 생태계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다. 중국도 2030년까지 GDP대비 탄소총배출량인 탄소집약도를 2005년 대비 60∼65% 정도 감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공포했다. 2020년 3월에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40%로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20년을 내다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국가의 개발사업과 재정사용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과 ‘기후변화영향평가’도 도입된다. 즉, 국가예산편성과 국가사업에 온실가스 감축에 미칠 영향이 반영 및 평가되며, 국가사업의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평가도 사전에 시행된다. 이렇게 탄소중립을 위한 법안과 추진 방법이 마련되었지만,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탄소중립도시 실현, 대중교통 활성화와 전기·수소차 전환 및 철도 확대의 녹색교통, RE100을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 효율제고 및 재생에너지원 개발 등 할 일이 많다. 특히, 탄소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이다. 숲 조성은 물론, 산업체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 설치도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경제생활 패턴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변화는 앞서 툰베리가 강조한 것처럼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를 쫓는 이상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노마(Knoema.com)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중국(112억톤), 미국(53억톤), 인도(26억톤), 러시아(17억톤), 일본(12억톤) 등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는 8위로 배출량은 약 7억톤이었고, 독일은 8억톤이었다. 독일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65%를 감축하는 데 있다. 2022년 4월 독일의 숄츠(Scholz) 정부는 독일 전력 소비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1년의 42%에서 2030년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연히 석탄발전도 사라지게 된다. 이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서,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바이오매스 에너지 등 RE-100을 향한 노정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은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모범적으로 구사하는 국가이다. 그러한 모습에는 사회 전반에 환경문제와 기후변화에 대한 철학적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독일은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의 나라이기도 하다.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 칸트는 “이성을 사용하려는 결단과 용기를 가져라!”라고 말했으며, “보편적 법칙에 따라 행위하여라!”라는 정언명령을 제시했다. 정언명령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지구가 불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언명령을 따라야 한다. 반드시 불을 꺼야 한다. 살아야 하니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불을 안 끄면 안될까?”하고 묻는 가언명령의 안일한 상황이 아니다.
 
20세기의 독일 철학자 한스 요나스(Hans Jonas)는 칸트의 계몽정신과 정언명령을 지구의 환경보호에 적용했다. 요나스의 “책임원칙(Prinzip Verantwortungs)”은 1980년대 이후 독일 대중의 인식에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칸트의 정언명령 형식을 빌려 책임원칙을 “생태명법”으로 말했다. “당신의 행위가 야기할 결과가 지구에서 인간의 삶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행위하여라!” 지구에서 인간 삶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지구를 해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자명한 사실이자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정언명령이다. 미래세대가 계속 살아야 하니까.
 
인간의 행위는 욕망을 따른다. 욕망은 끝없이 뻗어 나간다. 욕망은 파멸의 길로 쉽게 연결된다. 욕망은 관리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구를 해치지 않는 행위는 인간 욕망의 절제와 깊게 관련된다. 사실, 탄소중립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인간 욕망의 절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산화탄소 포집기술과 재생에너지 기술도 탄소중립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 내면의 물질에 대한 욕망을 다시 성찰해보아야 한다. 각자 자신의 욕망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이성적으로 점검해보고 소비와 이동 부분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면 줄이는 결단을 해야 하고 용기를 내서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지구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정부도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이러한 성찰윤리를 따라야 한다. 이미 마련되어 있는 탄소중립기본법도 결단과 용기를 갖고 시행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뮌헨대학교(LMU) 정치학 박사 ▲미국 UC SanDiego Visiting Scholar ▲경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